[Global Issue] '食의 전쟁' 시작됐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식(食)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계 농산물 시장은 최근 수년 새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급변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와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 불안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최신호에서 가격 폭등 속에 수급난까지 겹쳐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5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3월 인도분 북미산 봄밀 가격은 하루 새 22% 급등해 부셸당 23.50달러로 마감됐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인 카자흐스탄이 3월부터 밀에 수출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게 가격 폭등의 도화선이 됐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농산물 수출규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07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국내 공급량 확보를 위해 밀 옥수수 등에 대한 수출 쿼터를 설정했다.
러시아는 국내 곡물 시장 안정을 위해 밀 보리 등에 작년 말 수출세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인도도 인플레 억제를 위해 쌀 밀 유제품 등의 수출금지 조치를 취했다.
아르헨티나는 과잉 수출을 막기 위해 작년 3월부터 밀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곡물값 급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중국도 수출 규제에 가세하고 있다.
올 초부터 밀 옥수수 쌀 등의 수출을 통제 중이다.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할 경우 식량 확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주요 곡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05년 이후 최근 3년간 밀은 약 3.3배,옥수수와 콩은 2.5배가량 뛰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은 14.6%로 1973년 '곡물 파동' 당시 15.4%보다 낮아져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곡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수급난 악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요 식량 생산국인 호주의 경우 2년 연속 가뭄이 발생해 밀 생산이 급감했다.
또 곡물 생산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도 가격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곡물인 콩 밀 옥수수 등의 생산과 수출은 미국 호주 브라질 등 수개국에 집중돼 있다.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고유가 등도 곡물 수요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바이오 연료 수요가 급증,원료가 되는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투기자금이 농산물 시장에 몰리는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왕성한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측면에선 불안 재료가 많아 가격 불안을 낳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주요 농산물 가격은 적어도 내년까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하반기부터 곡물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하겠지만 2001~2006년 평균 가격에 비해 20~30% 이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 가격 인상은 식품값 인상으로 연결돼 세계 각국에 인플레를 불러오고 있다.
곡물과 식품 가격 상승은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심각한 생존 문제다.
곡물 자급률이 낮은 한국(28%) 일본(39%) 등 아시아 수입국들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을 정도로 취약하다.
'식(먹거리)'을 둘러싼 국제 거래에선 공급 과잉일 경우 한국처럼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 플러스로 작용하지만 공급 부족에 빠지는 순간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식량 부족 시대를 맞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