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최소형 선박용 블랙박스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외 수출까지 성사시켰다.

선박용 기자재 연구개발 업체인 시뮬레이션테크(대표 김대규)는 최근 해상 선박사고 조사에 필수인 선박용 항해기록장치(VDR:Voyage Data Recoder) 40대를 일본 이탈리아 싱가포르 태국 등 4개국 선주회사에 공급했다고 28일 밝혔다.수출금액은 모두 60만달러어치다.

김 대표는 "초기 계약 물량이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소기업이 VDR를 독자기술로 완성해 자체 브랜드로 수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VDR는 선박의 좌표,속력,통신내용,기관작동 등 선박운항과 관련된 14가지 항해기록을 저장하는 필수장치로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조선 및 항해통신,전자회로 설계,구동 소프트웨어 개발능력까지 통합기술을 갖춰야 만들 수 있어 지금까지 전 세계 10여개 업체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국내에서는 2001년 삼성중공업이 가장 먼저 국산화했다.

시뮬레이션테크는 2005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VDR를 개발한 뒤 1년간 국제해사기구(IMO)산하 인증기관인 MED(유럽)와 USCG(미국)의 까다로운 인증테스트를 모두 통과,이 같은 결실을 거뒀다.

이 회사 제품은 기능면에서 일본 덴마크 스웨덴산 등에 뒤지지 않는데다 크기가 가로 세로 60㎝,높이 36㎝로 상용화된 제품 중 가장 작다.

김 대표는 "무게도 가장 가벼운 55㎏에 불과해 3000t급 이하 중소형 선박 장착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가격 역시 대당 4000만원 안팎인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싼 1500만원대이다.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산(1200만~1400만원)과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셈이다.핵심부품과 운용프로그램 모두를 국산화하면서 원가를 대폭 줄인 탓이다.

회사 연구원 4명은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김 대표와 함께 전원이 리눅스 학원을 다니며 구동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익히기도 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서섹스대에서 인공지능분야를 연구,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2001년 대학 후배 1명과 함께 회사를 세워 7년 만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김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워 본격적인 해외 수주활동을 시작했다"며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선사들의 상담이 많아 올해 200여대 정도는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국제해사기구는 국제항해용으로 2002년 7월부터 건조되는 모든 선박(신조선)의 항해기록장치 탑재를 의무화하고 그 이전 건조된 선박(구조선)도 2010년까지 탑재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연간 5000억원대의 VDR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