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산층들이 영어 교육을 위해 매년 수만 달러의 학비를 내며 영어권 사립학교에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의 값비싼 사립학교 학비는 학생 1명당 연간 3만9000달러(약 3800만원)에 이른다.그러나 이처럼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비영어권에서 유학 오는 10대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명문 사립고교 관계자들은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과 요구 수준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아이비 리그'(미국 명문 사립대학) 입학률이 가장 높은 학교 가운데 하나인 뉴햄프셔주 엑서터 소재 명문 고교 필립스 아카데미의 마이클 게리 입학처장은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며 "하버드대를 가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인 부모들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다.영국에서 유학하는 상당수 중국인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 등 정통 학문을 배우기 위해 현지 명문 대학들이 속한 '러셀 그룹' 입학을 목표로 한다.영어권 국가로의 유학 열풍은 서방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외국 학생 비율이 25%가량 되는 영국 박스힐 학교의 마크 이거스 교장은 "독일 학부모들 중에도 학급 정원이 많고 학생에 대한 규율 수준이 떨어지며 과외 활동이 적은 독일 교육 시스템에 점점 더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명문 사립학교들은 대체로 외국인 학생 정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외국인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자녀들이 다른 외국 학생들이 아닌 영어를 쓰는 현지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런던 소재 남학생 기숙학교인 해로 스쿨의 바너비 레넌 학장은 "외국에서 지원하는 학생들로 학급을 다 채울 수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12%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어권 국가 유학 열풍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일부 학교들은 입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외국 학생들로 채워져 영어를 배우기 적절치 않다.또 자녀들을 유학 보내기 꺼려하는 학부모들을 겨냥해 비영어권 국가에 해외 프랜차이즈 형식의 학교나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