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두 명으로 늘어난 셈이죠."

시중 은행의 한 임원은 "새 정부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이 결국 관료들과 금융감독원의 잇속만 챙긴 채 끝났다"고 꼬집었다.

금융 산업에 대한 중복 규제의 폐해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개편 작업이 오히려 민간에 부담만 안기는 구조로 결론 났다는 지적이다.

논란 끝에 확정된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은 현행 금융감독위원회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과 통합해 금융위원회로 한 단계 격상되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별도 선임해 권한과 역할을 분리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개편 작업 내내 당초 세워놓았던 목표는 어디론가 사라진 채 두 집단 간 권한 다툼만이 이어졌다.

우선 개편 작업 초기에 금융위의 일방적인 지시ㆍ감독을 받는 처지로 전락할 것으로 알려졌던 금융감독원이 제 몫을 다 챙겼다.

금감원장이 금융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됐고 부원장보의 인사권도 받아 냈다.시행령에서 정해지겠지만 감독규정 개정 등 금융위의 일부 업무까지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관료들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그간 금감위의 불만은 금감원이 금감위의 위세를 등에 업고 분에 넘치는 권한을 행사하는 바람에 금감위의 '밥그릇'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었다는 설명이다.따라서 이번 구조 개편 결과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따로 선임된다면 금감원의 월권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두 감독기관은 줄다리기 속에 서로 타협점을 찾았다.권한을 나누게 됐다는 얘기다.결과적으로 민간만 두 기관의 눈치를 보게 됐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마침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하던 여의도 시대를 접고,반포의 기획예산처 자리로 옮기게 됐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의 호출을 받아 반포에 갈 일이 많아졌다며 불만스러운 분위기라고 한다.하지만 정작 골치 아파진 것은 여의도와 반포를 오가며 두 기관의 기분을 맞춰 줘야 할 민간 금융사들이다.

장진모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