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 제 1 과제인 경제살리기를 위해 어떤 사람을 선택했고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난 두달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출입하며 새 정부 준비상황을 지켜본 이성경 기자 자리했다.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들,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측근에서 보좌할 청와대 수석 8명과 구체적인 정책을 이끌 정부 각료 15명의 인선을 이달 들어 순차적으로 마무리했다. (CG 청와대 수석 VS 정부 각료) 하지만 인선의 성격은 상당히 달랐다. 청와대 수석진의 경우 평균 연령이 50대 초반(52세)으로 비교적 젊고 8명 중 6명이 교수 출신이다. 반면 정부 각료의 평균 연령은 60.2세로 15명 중 10명이 60대, 5명이 50대이다. 참여정부 초대 내각의 평균 연령이 54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6살이나 올라간 것이다. 또 전현직 관료나 관가에 몸을 담았던 인사가 2/3를 차지했고 나머지 민간인은 교수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경륜을 중시한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젊은 인재, 각료는 경륜있는 중진을 배치한것인데 이들 두 그룹의 공통된 특징은 없는지..? 두 그룹의 스타일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언뜻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선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통령이 선호하는 몇가지 특징들을 엿볼수 있다. 우선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그냥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을 주로 기용했다. (프로필CG / 정운천 VCR) (CG 농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농림부의 후신인 농수산식품부의 정운천 장관 내정자이다. 정 내정자는 25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며 국내산 키위인 참다래 신화를 만들어낸 스타 농민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돼 있는 인물. 그는 한때 실험적 농업이 실패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벤처 사업가이다. 이번에 재산신고 내역을 보니 해남 땅과 강남 아파트 등을 포함해 재산이 27억원이 넘었다. 성공한 농업인임에 틀림없다. 정 내정자는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나온 고대 출신이긴 합니다만 이번 인선을 고려대 인맥으로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대 내각을 구성할때 성공한 기업인을 될수 있으면 많이 입각시키고 싶어했지만 재산이나 자녀 병력문제 등으로 검증 과정에서 대거 탈락했다는 후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이 성공한 사람이라면 과거 전력을 문제삼지 않는 것 같다. 어떤가? 지난 정권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 대통령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경숙 VCR) 대선 이후 첫 인선이었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사례에서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양대 과제는 경제와 교육인데 경제는 대통령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교육이 문제였다. 그래서 기용한 사람이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인데 이 총장은 아시다시피 80년대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에 오르내릴 정도로 정치적 거물이 됐다. 국보위 전력은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게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프로필CG / 한승수 VCR) (CG 국무총리 내정자) '과거불문'이라는 인선 원칙은 새 정부 내각까지 이어져 결국 한승수 국무총리를 지명하기에 이른다. 한 총리 내정자 역시 국보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고 과거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 상공부 장관, 재경원 장관 등 4번의 장관과 3번의 국회의원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어두운 시절, 밝은 곳만 찾아다닌 인물로 당연히 문제가 될 법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검증은 이제 그만, 포저티브 검증으로 간다,는 한마디로 정면돌파했다. 나쁜 것을 끄집어내는 검증이 아니라 좋은 면을 찾아내는 검증으로 가자는 것이다. 한 총리 후보자의 과거는 코드의 달인, 철새 정치인 등 기회주의적 성향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역으로 보면 그만큼 많은 보직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도 같이 일해본 적도 없고 자신의 대통령 당선에 조금도 기여한 바 없는 한승수 카드를 쓴 것은 한 후보자의 화려한 전력에서 오는 풍부한 경험과 인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집권 초기에는 미국과의 관계복원와 4강 외교 등 이른바 대외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정치 무대나 외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한승수 후보자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새 정부 제1 과제는 머니머니해도 경제살리기, 따라서 경제 참모가 대거 기용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텐데요? 15명의 국무위원, 8명의 청와대 수석을 살펴보면 부처와 보직에 관계없이 경제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음을 알수 있다. 먼저 청와대 수석으로는 경제수석에 김중수 전 KDI 원장이 기용됐고 국정기획수석에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탁됐다. 이외 교육과학문화 수석인 이주호 의원과 정무수석 박재완 의원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경제학 박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인물이다. 8명 중 4명이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얘기. (프로필CG / 김중수 VCR) (CG 경제수석) 주목할 인물들을 살펴보면 먼저 김중수 경제수석은 참여정부 초반 국책연구기관인 KDI 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목표에 이론적 명분을 부여하는 것을 제 1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참여정부 초기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말고 세계시장으로 나가라며 주저없이 쓴소리를 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강단있고 고집있는 경제학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어서 청와대와 부처 조율이 주 업무인 경제수석으로 적잖은 마찰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프로필CG / 곽승준 VCR) (CG 국정기획수석) 다음은 실세 중의 실제로 통하는 곽승준 국정기획 수석이다. 곽 수석은 MB노믹스의 전도사로 대선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참모 노릇을 해왔다. 당초 경제수석 기용이 점쳐졌지만 국정기획수석에 앉힘으로써 경제 브레인의 비중을 더 늘렸다. 곽 수석은 그의 부친이 과거 현대건설에서 고위 임원을 지내며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은바 있다. 부자가 대를 이어 각기 다른 곳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처 장관으로는 어떤 사람들이 기용됐습니까? (프로필CG / 강만수 VCR) (CG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이 공직을 떠난지 10년만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강 내정자는 행시 8회로 공직에 입문한후 재무부 시절 최고 보직인 이재국장과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차례로 지냈고 통상부 차관과 재경원 차관까지 거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특유의 유명한 황소고집으로 좌천과 오욕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또 우여곡절 끝에 1997년 재경원 차관으로 복귀했지만 직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외환위기 주범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쓰며 공직을 떠났다. 이후 10년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으며 낭인 생활을 했는데 이 시절, 바로 강 내정자를 불러준 사람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오랜기간 소망교회에서 친분을 쌓아왔는데 당시 이 시장이 서울시정개발 연구원장 자리를 강 내정자에게 줬고 이후 강 내정자는 이명박의 최측근이 됐다. 대선 이후 강 내정자는 일찌감치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낙점되는 듯 했지만 그가 행시 8회로 63세나 되는 올드보이라는 점 때문에 잠시 중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참여정부 마지막 재경부 장관인 권오규 부총리가 행시 15회, 1차관인 김석동 차관이 23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 내정자의 복귀로 시계가 한참 앞으로 되돌아간 것만은 틀림없다. 여하튼 산전수전 다겪은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평소 소신이었던 시장주의와 감세론을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고 나갈 작정이다. (프로필CG / 이윤호 VCR) (CG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또 한명의 주목할 인물이 바로 지식경제부, 현행 산자부 장관에 기용된 이윤호 내정자이다. 이 내정자는 하마평에 거의 오르지 않다가 마지막에 깜짝 발탁된 인물이다. 행시 13회 관료 출신이지만 정작 공직생활은 3년도 안되고 유학 이후 20년 넘게 LG경제연구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몸 담으며 대표적인 재계통으로 활약했다. 재계 나팔수가 경제부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실험적 인사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장관 자신과 그를 보좌할 경제 관료들간에 갑과 을이 바뀌면서 한동안 표정관리가 안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핵심인물 7명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을 분석해 봤다. 그런데 이들 인선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나? (VCR 인수위 회의..국무위원 발표) 인사가 만사라는데 첫 인사부터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이명박 후보의 인맥 지도는 고소영이라는 신조어로 대표될 수 있다. 고소영은 고대 출신, 소망교회, 영남 출생의 첫 자를 딴 것이다. 한 신문에서 곽승준 수석을 소망교회 출신이라고 잘못 보도하자 곽 수석이 발끈하며 본인은 소망교회 근처에도 간 적 없는 무신론자라며 장문의 보도 해명자료를 낸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여론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여론의 풍향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5명의 국무위원 재산내역이 공개되면서 부터이다. 이들의 평균 재산은 39억원, 대부분 강남에 아파트를 수채씩 보유하고 심지어 절대농지를 불법 매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또 15명 중 13명의 자녀가 외국 국적을 보유하거나 외국에 살고 있어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급기야 고소영에 이어 강부자, 즉 강남 땅부자라는 조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한나라당 마저 '이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처음에 이명박 대통령은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다"라며 예의 소신 발언을 했지만 각종 탈법과 불법의 그늘이 드리워지며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일부 인사의 경우 재검증에 착수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어젯밤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문제는 재산 자체가 아닐 것이다. 정책을 펴는 자의 철학과 자세가 정책의 내용과 직결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이끌어갈 사람들과 과제, 이성경 기자와 함께 짚어봤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