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 침체 한파가 밀려드는 가운데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물가 불안 속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여기에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무역흑자 기조마저 흐트러지고 있어 국내 경제가 '저성장-고물가-무역수지 적자'의 트릴레마(trilemma.삼자 택일의 궁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19일(미국 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4.51달러(4.7%) 오른 100.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전날보다 1.05달러 오른 91.61달러로 사상 최고치(92.29달러)에 근접했다.


게다가 브라질 등에서 들여오는 철광석 수입 가격이 65%나 급등하고 금 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국내 기업들의 생산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콩 밀 등 곡물 가격도 1년 전보다 80~95% 폭등했다.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여기에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7.1% 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에 빠지는 등 이미 '적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내수 소비는 주가 하락과 국제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심리지표들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온갖 악재들에 휩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갖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