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무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은 연간 640만명을 헤아리며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100만명을 넘어섰다.2000년 이후 국제결혼건수가 18만건에 이른다.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체류 외국인이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 선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는 이제 '세계 속의 한국'을 넘어 '한국 속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된다.

하지만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의식은 다문화 사회로의 빠른 개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차별이나 불편함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욕설 또는 폭행을 당하는 사례마저 흔하다.또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호소하는 생활상의 불편을 들어보면 '과연 서울이 국제도시인가'하는 회의가 들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의식과 행동이 국가이미지 실추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는 점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5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인종 차별'이 51위,'문화적 개방성'은 55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외국인들이 그만큼 한국을 배타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세계화,개방화 물결을 우리 경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그러나 외국기업과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웰컴 투 코리아' 의식과 행동양식을 갖추는 일이다.이것 없이는 외국인투자 유치도,아시아 허브국가 도약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한 때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외국인을 배려하고 이문화(異文化)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개인이 의식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글로벌 의식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은 내재적인 갈등 속에서도 다인종 사회를 유지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정부도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인 0.3%까지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새 정부가 계획하는 '청년 글로벌 리더 양성계획'은 이문화를 이해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 강화 또한 긴요하다.해외봉사단은 현재 45개국에 1500여명이 활동 중인데 이들의 해외봉사 활동은 세계에 우리의 기술과 정(情)을 심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해외경험과 현지어 능력은 우리 사회와 기업에 자산이 되게 마련이다.

30여년 전 '심은경'이라는 이름의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캐슬린 스티븐스 미 국무부 고문이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돼 곧 부임할 예정이라 한다.1966년부터 1981년까지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던 평화봉사단원은 미국 내 지한파(知韓派)의 산실이자 한국과 미국을 잇는 우정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지금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의 봉사단원 중에서도 10년,20년 후에 스티븐스 대사와 같은 인물이 배출되기를 바란다.아울러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세계인과의 공존공영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로 바뀔 수 있도록 의식개혁 캠페인과 다양한 사업들이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