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재범우려 높아, 치료 필요"…"'불만토로' 사회적 시스템 시급"

숭례문 방화사건이 한 개인의 토지보상문제와 과거 방화사건에 대한 판결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인의 불만표출이 범죄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폐해로 돌아올 수 있음이 재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12일 이 같은 범죄의 배경을 성격이상이나 증오심에서 찾고 재범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모방범죄 예방차원에서 공공장소 등에 대한 감시체계 강화는 물론 사회불만자나 소외계층이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원인은 용의자의 '성격이상'에서 찾을 수가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표 교수는 "모방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의 표면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성격이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폭력이나 방화로 표출하는 조짐이 나타날 때 철저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개인과 국가사회 전체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발생한 증오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며 "2년 전에도 방화를 했는데 불만사항이 해소되지 않으니 재차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의자처럼 두차례 이상 방화를 한 사람을 방화광이라고 지칭하지만 이런 경우일 수록 재범률이 매우 높은 만큼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며 "모방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공장소 감시체계 강화는 물론 소외계층이 자신의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제도적 소통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국대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이 같은 범죄유형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적극적인 표현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방식이 너무 파괴적인 방향으로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얼마 전 휴대전화에 불만을 갖고 승용차로 회사정문을 들이받은 사례도 비슷한 범죄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일반 사람이 볼 때는 전혀 이해가 안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억울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데 이는 사회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극단적인 파괴행위로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통채널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선정신과의원 김우선 원장은 "숭례문 방화는 복수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다시 폭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용의자가 첫 범행을 저질렀을 때 대처가 중요했는 데 아쉽다.

과거 창경궁 방화당시 법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명했다면 이번 범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며 "심리적 기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정신과 전문의도 "용의자가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가지고 엄청난 일을 저질렀지만 정신이상자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면서 "범죄의 배경이나 향후 예방차원을 위해서라도 범죄자의 정신과적 진단 및 심리적 배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