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용의자 채모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렀다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아직 2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12일 채씨의 확정 판결문 등에 따르면 그가 창경궁 문정전(文政殿.임금이 평상시 정사를 보던 곳)에 불을 지르게 된 것은 도시계획도로로 수용된 자신의 집 부지의 보상금이 적은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일산에 거주하던 채씨는 집 부지가 한 건설회사가 건축하는 아파트 출입을 위한 도시계획도로로 수용됐으나 보상금이 적자, 수용을 거부하고 토지수용재결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했고, 이후 고양시청과 대통령비서실 등을 상대로 수차례 진정과 이의를 제기했지만 뜻대로 해결되지 않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에 불을 질러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로 마음먹고 유명 문화재를 방화 대상으로 삼았다.

채씨는 범행 전날 휴대용 부탄가스 4통을 구입해 미리 준비한 뒤 2006년 4월26일 오후 5시께 창경궁 문정전 출입문 안쪽에 신문지와 휴대용 부탄가스를 놓은 뒤 성냥으로 신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처음에는 경복궁을 방화 대상으로 삼았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을 지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장소를 창경궁으로 옮겼다.

불은 신문을 타고 들어가다 가스로 옮겨 붙어 폭발했고 삽시간에 불길은 번졌다.

그러나 다행히 창경궁을 관람하던 관람객 3명과 관리직원 2명이 비치된 소화기로 곧바로 진화에 나서 불은 크게 번지지 않고 진화됐다.

불은 하마터면 문정전 옆에 있던 국보 제226호 명정전(明政殿ㆍ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장소)으로 번질 뻔 했으나 사적 제123호인 문정전 출입문과 벽 등 일부만을 태우고 4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채씨는 현장에서 곧 체포됐으나 "창경궁에 혼자 놀러 갔는데 문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보니 불이 붙어 있었다"며 방화 혐의를 부인하다 범행을 시인했다.

채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뒤 그 해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채씨가 고령으로 특별한 전과가 없는데다가 피해 회복을 위해 600만원을 공탁했고, 문정전 건물은 1986년 복원된 것으로 훼손 정도가 아주 중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집행유예 선고 이유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