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인 숭례문이 몽땅 불에 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참으로 어이없고 안타까운 재난이 발생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원형 그대로 600여년의 풍상을 견뎌온 대한민국 대표 문화재가 이토록 허무하게,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일순간 잿더미로 변한 것에 기가 막힐 뿐이다.

도대체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이번 재앙이 방화(放火)에 의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이미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화재 관리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한 소방 당국의 안일한 대응은 말할 것도 없고,한마디로 문화재 관리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랐다고 하지만,어떻게 국보 1호인 숭례문의 관리책임을 겨우 기초자치단체에 맡기고,야간에는 단 1명의 상주 인력 없이 무인경비시스템에만 의존했는지부터 그렇다.

더구나 방재설비라고 해봤자 소화기 몇대와 소화전만 있었을 뿐 화재경보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방화 등 돌발사태에 전혀 무방비였다는데 이르면 말문마저 막힐 지경이다.

우리 주요 문화재가 과거에도 방화 등 화재로 소실된 적은 이미 한두 차례가 아니다.

천년 고찰(古刹)이었던 낙산사가 불타 없어진 게 겨우 3년 전이다.

줄곧 대책을 마련했다지만,문화재 방재시스템의 무엇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제대로 된 대책이 수립됐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2006년 서울시가 숭례문 주변에 광장과 횡단보도를 만드는 등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안전대책에는 소홀했던 것이 결국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었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방의 의도는 좋지만,완벽한 관리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어떤 재난이 닥칠 수 있는지 이번 일이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지금 대다수 다른 문화재도 이런 위험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문화재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당국은 인력과 예산 탓만 할 게 아니라,보존이 최우선적인 문화재의 안전만이라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채'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되풀이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