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8시50분께 발생한 화재로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된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숭례문과 함께 마음도 무너져 내렸다며 애통해했다.

한 네티즌은 현장에서 숭례문이 탈 때 마치 사람 울음같은 소리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마수일씨(44)는 "뉴스를 통해 상황을 계속 지켜봤는데 그렇게 많은 소방차가 출동했는 데도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외국인에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11일 아침 설연휴를 마치고 숭례문 인근 사무실로 출근한 시민들은 앙상한 기둥만 남은 채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 잔해를 지켜보며 발길을 떼지 못했다.

프랑스 출신의 루스탐씨(27ㆍBNP파리바은행)도 "프랑스에서는 문화재들이 대부분 잘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사고가 일어나진 않는다"며 "숭례문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가치있는 목재양식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을 보니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남대문시장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김모씨(여ㆍ67)는 "숭례문을 보고 들르는 관광객이 많은데 이제 없어졌으니 시장 경기가 죽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타월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씨(60)도 "지난 새벽 숭례문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가게에 들르는 외국인 손님들도 하나같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하루종일 숭례문 화재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warez'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밤에 뉴스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 카메라를 메고 직접 숭례문에 다녀왔다"며 "숭례문의 불 타는 소리가 사람들의 울음소리같이 들렸다"고 전했다.

아이디 'nowsome'이란 네티즌은 "임진왜란과 6ㆍ25 때도 굳건하게 버틴 숭례문인데 불 하나 못 끄고 허둥대는 정부가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호기/김정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