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ADHD치료제를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오해하는 학부모가 적잖다.

아이의 산만함을 어느 정도까지 문제행동으로 봐야 할지도 궁금하다.ADHD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부산스럽고 정신없는 아이는 모두 ADHD

부산하고 산만한 것만으로 ADHD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다.우선 가정환경 변화나 입학과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한 나머지 그럴 수 있다.과잉행동 없이 집중력에만 문제가 있는 '조용한' ADHD도 있다.수업 중 멍하니 딴 생각에 빠져있거나 머리는 좋은데 학업성적이 의외로 부진한 경우다.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 많다.ADHD로 인한 학습부진은 저학년 때는 잘 나타나지 않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진다.다른 일에는 짧은 시간도 집중하지 못하는데 인터넷에는 몇 시간이고 매달려 있는 경우라면 '주의력 조절 결핍'으로 ADHD를 의심해볼 수 있다.

◆ADHD 약 먹으면 공부를 잘한다

ADHD 어린이의 산만함과 수선스런 행동을 개선하는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약물이지 정상아동의 학습증진을 위해 개발된 약물이 아니다.ADHD 어린이는 선생님 말과 문제에 집중하지 못해 산수나 쓰기가 1∼2년 정도 뒤처지게 마련이어서 약을 복용하면 학습장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정상적인 어린이까지 학업성적이 향상되는 건 아니다.

◆ADHD는 엄마가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다

때로는 교사의 눈이 부모보다 정확하다.ADHD로 인한 문제는 '자유분방한 집'보다 '통제된 학교'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게다가 교사는 개성이 다른 다양한 아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문제를 감지하는 능력이 발달돼 있다.누가 집중력이 떨어지는지,장난치는지,과제 이행력이 떨어지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ADHD로 진단받는 아동의 약 10%가 교사가 먼저 아이의 이상을 부모에게 알리고 진료를 권유한 경우다.

◆ADHD는 가정 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부모가 아이를 체벌하거나 아이의 요구를 다 받아줘 ADHD가 생긴다는 낭설이 있다.이는 ADHD 자녀를 둔 부모를 '죄인'처럼 자책하게 만든다.잘못된 행동에 대해 체벌이나 금지 등을 강하게 하면 ADHD 증상이 더 심해지기는 하지만 결코 학대나 잘못된 교육 때문에 ADHD가 발생하진 않는다.뇌내 자기 통제,동기 부여 등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부실하게 분비돼 주의산만,집중력 결핍,충동성 등의 3대 증상을 나타내는 게 ADHD다.

◆ADHD는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ADHD 증상 중 과잉행동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자연히 줄어든다.하지만 주의력 결핍,충동성은 청소년기 혹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실제 소아청소년 ADHD의 50%는 성인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치료되지 못한 ADHD는 학업,직장생활,사회활동에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방치될수록 여러 문제를 동반해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조기 발견,치료하는 게 좋다.6,9,12세에 체크해보는 게 권장된다.

◆ADHD 아이는 성공 가능성 없다

ADHD 어린이의 문제행동은 교사나 부모에게 절망,분노,자책감을 유발해 자포자기 상태를 만든다.이런 감정반응은 아이에게 영향을 미쳐 아이 역시 점점 반항적이 되거나 불안 우울증에 빠지고 매사에 자신감 없는 아이로 바뀌는 부작용을 낳는다.그러나 ADHD 어린이를 잘 치료♥선도하면 창의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수학 과학 등에서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가능성 없는 아이'라고 낙인찍는 건 절대 금물이다.

◆ADHD는 행동치료가 우선이고,약물치료는 좋지 않다

ADHD로 확진된 경우 1차 치료로는 약물치료가 좋다.약물만으로 70∼80%의 아동에서 증상이 개선된다.여기에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