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본선을 목표로 출범한 허정무호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여 첫 담금질을 시작했다.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 다크호스 칠레와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다음달 6일 같은 장소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을 갖는다.

이날 오후 실시한 첫 훈련에는 대표팀 명단에 오른 26명 중 투르크메니스탄전만 참가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3명과 박주영(서울), 강민수(전북), 정성룡(포항) 등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해온 올림픽대표 3명이 빠지고 20명이 참가했다.

올림픽대표 3명은 28일 오후 귀국 직후 허정무호에 가세한다.

오후 2시30분 파주NFC잔디 백호구장이 잔디 보호를 위해 덮어 놓았던 보온용 덮개를 걷어내고 태극전사들을 맞았다.

선수들은 먼저 반데를레이 피지컬트레이너 인솔하에 스트레칭에 이어 운동장을 함께 돌면서 4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었다.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할 즈음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공포의 '셔틀런(왕복달리기)'이었다.

일명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은 지정 구간을 왕복해서 달리며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된 테스트다.

이날은 2명이 짝을 이뤄 50m구간을 3.5회(총 350m) 왕복하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선수들은 센터서클 부분에 모여 가벼운 볼 터치를 하다 코칭스태프의 호명을 받고 2명씩 이동해 셔틀런을 실시했다.

수비수 황재원-조성환(이상 포항)조를 시작으로 골키퍼 김병지(서울)-염동균(전남)조까지 전 선수가 참가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반환점을 찍던 선수들의 얼굴이 금세 일그러지고, 숨도 가빠졌다.

이날 셔틀런에서는 공격수 조진수(제주)가 57초대에 결승선을 통과해 허정무호의 '체력왕'에 올랐다.

나머지 선수들도 1분 안팎의 시간에 셔틀런을 마쳤다.

필드플레이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구력이 떨어지는 골키퍼인데다 우리 나이 서른아홉으로 대표팀 내 최고 선임자인 김병지가 테스트를 마치자 이를 지켜 본 허 감독이 "옛날에 보던 김병지가 아닌데"라며 한 마디 해 잠시 웃음이 터졌다.

대표팀의 훈련은 1시간 20분 가량 이뤄졌다.

허정무호의 주장에 선임된 김남일(빗셀 고베)은 훈련이 끝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훈련을 했다.

가볍게 볼 터치 정도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역시 허 감독님답다"며 강도높은 체력훈련에 고개를 내둘렀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오랫동안 쉬었는데 다행이 날씨도 좋아 기분 좋게 새로운 마음으로 훈련했다"면서 "오늘 훈련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소속팀에서 훈련을 해와 기대 이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림픽대표 이후 A대표에는 처음 발탁된 수비수 황재원은 "셔틀런 기록이 안 좋았다.

아직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착실하게 끌어올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훌륭한 선수들 가운데서 살아 남는 것이 목표"라고 첫 훈련을 끝낸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파주연합뉴스) 배진남 한상용 기자 hosu1@yna.co.kr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