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모닝 먼저 받을 수 없나요?" 최근 들어 전국 기아차 영업소에 뉴모닝 계약자들의 '조기 출고' 민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고객들이 계약 후 한 달 뒤에나 차량을 인도받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서다.

서울 도봉구의 한 영업소장은 "오늘 확인해보니 대기 고객이 1만5000명에 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차 뉴모닝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요즘 기아차 직원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판매부진 탓에 패배주의에 빠졌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는 뉴모닝이 1980~1990년대 '봉고'와 '프라이드'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올라선 것은 1981년 봉고(트럭)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첫해 1만5511대가 팔리면서 단숨에 인기 모델로 떠올랐고 1992년엔 9만6250대로 베스트셀링 카가 됐다.

2004년 3세대 모델이 출시된 봉고는 그 해 3만1602대 판매되는 등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봉고가 기아차 성장의 발판을 놓았다면 전성기는 소형 승용차인 프라이드가 이끌었다.

1987년 첫해 2만8627대가 판매돼 당시 소형차 시장의 20.8%를 차지했다.

1992년엔 무려 18만4129대의 '대박'을 터뜨리며 점유율 40%의 대기록을 세웠다.

기아차가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후에는 카렌스ㆍ카니발ㆍ쏘렌토 등 레저용차량(RV) '삼총사'가 기아차를'RV 명가'로 이끌었다.

특히 2002년 출시된 쏘렌토는 한 해 6만~7만대씩 팔려나갔다.

뉴모닝은 올 상반기 중 연간 목표치인 5만대 판매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출시 첫해인 2004년엔 1만8530대가 팔렸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뉴모닝 위탁생산 공장이 이달 들어 하루도 쉬지 않고 잔업을 실시한 데 이어 주말에도 두 차례 특근을 실시했다"며 "뉴모닝이 봉고ㆍ프라이드의 뒤를 이을 것인지가 큰 관심"이라고 전했다.

판매부진에 허덕여온 기아차의 구원투수로 뉴모닝 외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하비'도 한몫 거들고 있다.

지난 3일 출시 후 15일(영업일수 기준) 만에 2109대가 팔렸다.

하루에 140대씩 판매된 셈이다.

매달 1500대씩,연간 1만8000대를 팔겠다는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7월 세 번째 야심작인 '로체' 개조차를 선보여 실적개선(턴어라운드)에 화룡점정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로체가 작년 기아차의 베스트셀링 카(3만2711대)였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인 AM(프로젝트명)과 '쎄라토'를 대체할 준중형급 신차(프로젝트명 TD)도 가을께 선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년 경영사정 때문에 신차를 선보이지 못하면서 판매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을 경험했다"며 "올해 5종의 신차를 바탕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의 늪에서 확실하게 탈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내년 3월과 5월엔 쏘렌토 후속 XM(프로젝트명)과 준대형 승용차 VG(프로젝트명)를 각각 출시한다.

이 경우 기아차는 경차부터 대형 차량까지 완전한 제품군을 구축하게 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