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RB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조기 인하하는 긴급처방을 내놨다.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폭락이 미국 경기의 급속 침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만큼,이번 조치가 미국 경기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때를 놓쳤으며,미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비관론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FRB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는 데 일정한 계기를 제공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관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과 맞물려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격 금리 인하 왜 나왔나

FRB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이었다.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29일과 30일로 예정된 정례 FOMC 이전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금리를 내려야만 현재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진정시킬 것이란 요구가 거셌다.

FRB가 22일 뉴욕증시가 열리기 직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강도 높은 처방을 내놓은 것은 이런 요구를 반영한 셈이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 경기는 침체(recession)상태에 빠졌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제조업 지표는 물론 소비와 고용사정마저 악화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만으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FRB도 지난주 내놓은 베이지북을 통해 "미 실물경제가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성장세 둔화는 앞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혀 이런 점을 인정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한다"며 "FRB도 실물경제 사정을 반영해 통화정책을 시의적절하고도 유연하게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기준금리를 앞당겨 인하할 방침임을 시사했었다.

글로벌 증시의 붕괴조짐도 FRB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공포감으로 비화되면서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증시는 거의 동시적으로 붕괴 상황에 빠져들었다.

◆뚜렷한 효과 내는 덴 일단 실패

FRB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비록 공휴일이었던 지난 21일의 세계 증시 낙폭을 뒤늦게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FRB의 기준금리 인하가 별무 효과라는 점을 입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상황에 빠진 이후에야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스스로 금리인하 효과를 반감시켰다면서 실망감을 표출했다.

특히 FRB 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한 상태다.

이에 앞서 내놓은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긍정적 효과를 내기는 커녕 '그것만으론 어림없다'는 심리적 실망감만을 자아냈다는 점도 금리인하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위기는 갈수록 악화되는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FRB가 꺼내든 전격 금리인하 카드는 경기물꼬를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심리적 안정의 계기는 제공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의 금리 인하는 패닉상태에 빠진 글로벌 증시 참가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FRB가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FRB는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나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도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다 유럽 각국과 중앙은행들도 금리 및 재정정책을 검토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공포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FRB가 시장상황에 맞게 다시 탄력적으로 금리를 더 낮추느냐 여부와 부시 행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는 것.

물론 이런 조치만으로는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하다.

특히 신용위기에 따라 미 금융회사들의 기능이 정지해 버려 금리인하로 이를 해소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예방할 계기를 만든 것임은 분명하다.

이 계기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살아날 희망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월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