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자서전을 읽으면 감동이 일렁인다.

그 사람의 진솔한 삶의 편린들이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때로는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의지와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안데르센의 자서전에서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고,간디 자서전에서는 어떤 폭력에도 맞설 수 있는 위대한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전적인 '참회록'에서는 그토록 방탕했던 그가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 너무도 사실적이다.

이처럼 역사적인 인물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서전이 이제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관심거리라고 한다.

순전히 자기관리를 위한 것인데 자신의 행적을 회상하면서 현재의 좌표를 생각하고,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서다.

인터넷이나 블로그에 친근해지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도 한 요인일 게다.

내 자서전을 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중ㆍ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강좌들이 개설되는가 하면 단행본도 여러권 출간됐다.

린다 스펜서의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에서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게 하는 480개의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도록 유도한다.

"별자리를 보면서 품었던 희망은" "지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하는 식이다.

살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속을 헤매고 있다는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삶을 주도하기는커녕 흐르는 물처럼 어영부영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삶이 버겁다'는 얘기가 주저없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을 먹는 것은,후회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작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또한 '나를 쓴다'는 것은 숨겨져 있던 내 고유의 가치를 끄집어 내는 작업이기도 해서,미래의 값진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서전 쓰기야말로 자신을 향한 사랑의 연습이 아닌가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