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한국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2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상반기 증시 전망 간담회'에서 "작년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2003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현재 모두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0년부터 3년간 유입된 자금까지 유출될 경우 외국인 비중은 현재 31%에서 29%로 2%포인트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추가 매도 금액은 최대 14조원에 이르지만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이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으로 하락해 외국인 매도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매도 배경에 대해서는 "세계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경기 민감주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국내 증시는 경기 민감주 비중이 55%에 이를 정도로 높은 데다 유동성이 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한 위험 회피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에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최근의 매도 주체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 펀드가 중심일 것으로 분석했다.그는 "최근 대량 매도세는 헤지 펀드가 위험 관리 차원에서 팔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 장기 투자하는 대형 뮤추얼 펀드는 경기 방어주로 옮겨갔으면 갔지 많이 팔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이번 주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따라 향후 증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며 "미국 경기의 하강 속도가 가속화되고 중국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지만 국내 증시가 이런 대외 악재들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코스피 지수는 올 상반기 1600선에서 저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 1800~2200선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신흥 시장의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유럽계 UBS는 이날 "아시아 신흥국가와 미국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올해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지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UBS는 "2003년부터 증시가 상승해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은 더이상 싸지 않다"고 덧붙였다.

크레디스위스도 최근 고점 대비 20~30% 이상 급락한 아시아 신흥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크레디스위스(CS)가 전망한 추가 하락률은 21일 종가 기준 △인도네시아 36.2% △인도 32.2% △중국 30% △홍콩 18.9% 등이다.국내 증시는 이날 하락폭까지 감안할 경우 4% 추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