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의 소형차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지난 한 해 동안만 마티즈와 젠트라 등 이 회사의 경ㆍ소형차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시장에 30만대 넘게 수출됐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소형 해치백 젠트라X는 GM대우의 소형차 만들기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모델이다.역동성이 강조된 디자인에 부족함이 없는 주행 성능을 갖췄다.편의 장치도 과거 소형차에 비해 대폭 강화됐다.

전면부 디자인에서는 큼지막한 헤드 램프와 범퍼의 위ㆍ아래에 배치된 두 개의 공기 흡입구가 두드러진다.당당하고 다부진 모습이다.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할 것이라는 소형차에 대한 선입견은 말그대로 선입견일 뿐이다.차종이나 제조 회사에 상관없이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자동차 업계의 최근 디자인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다만 후미등이 둥글게 디자인된 점과 자동차 길이와 폭에 비해 차체가 높은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차 내부는 대부분의 소형차가 그렇듯 소박하다.화려한 치장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뒀다.화장 거울과 컵홀더가 있고 운전석 시트에는 겨울철에 유용한 열선이 깔려 있다.

국산 소형차 최초로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 에어백이 들어갔고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의 제동력을 적절히 조절하는 전자제어식 잠금방지제동장치(EBD-ABS)도 적용됐다.연비도 ℓ당 17.5㎞로 우수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젠트라X가 가진 무엇보다 큰 매력은 이 같은 수준의 차 가격이 1000만원도 안 된다는 데 있다.SE 모델이 828만원,SX 모델이 849만원이다.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127만원이 추가된다.

젠트라X가 당면한 문제는 성능과 디자인이 아니라 마케팅으로 보인다.20대 사회 초년생들이 2000만원대의 중형차를 생애 첫 차로 선택하려들고 준중형차 고객마저 시트 자동조절장치와 스마트키 등의 고급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인식하는 독특한 시장 구조 아래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느냐가 숙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