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외주 제작ㆍ납품하는 회사가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사도 손해배상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A(3)군과 어머니 B(33)씨가 "초상권을 침해한 외주 프로그램 제작사와 방송사가 공동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BS와 `병원24시' PD, 외주업체와 담당직원이 연대해 A군과 B씨에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군은 2005년 8월2일 대학병원에서 태어나 9월 말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프로그램 외주 제작을 맡은 J사는 A군과 같은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미숙아들을 취재하면서 사전 동의 없이 A군이 잠든 모습과 어머니 B씨가 젖병을 물린 장면 등을 함께 찍어 전국에 방영했으며 A군의 부모는 "아들을 미숙아로 오인시켜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명예훼손을 인정할 증거는 없으나 초상권 침해에는 해당한다"며 J사와 프로그램을 연출한 직원이 연대해 A군과 B씨에게 3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방송사와 PD에 대해서는 "제작주체는 J사이고, 방송사는 기획승인, 제작지시, 검수 등을 할 수 있을 뿐 공동제작자가 아니며 방송사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무단촬영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방송사의 공동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외주계약에 따라 방송사가 제작에 관여하고 수정ㆍ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데다 방송의 주체로서 최종 편집권한이 있다"며 "PD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게 된 이상 초상권 침해여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PD와 KBS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