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 창고를 압수수색 해 수만점 규모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11월 “이건희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거액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삼성생명 애완견학교 인근 창고와 삼성화재 교통박물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작업을 벌였다.

특검팀은 창고와 교통박물관이 원래 용도와 달리 이 회장 일가가 구입한 고가의 미술품을 보관하는데 사용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특검측은 대규모의 미술품을 확인했으나 규모가 워낙 방대해 아직까지는 삼성측이 비자금으로 사들였다고 김 변호사가 폭로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의 고가미술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대규모의 미술품에 대해 “창고가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하고 남은 그림을 보관하는 장소인 수장고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의 핵심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58)을 소환 조사했다.

비자금 관리·조성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개설경위와 운영·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이른바 ‘차명 의심 계좌’에 명의를 제공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직접 계좌의 개설 및 자금 운용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 사장은 81년부터 10여년간 그룹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근무했고 1992~2001년 삼성생명 경영지원 담당 이사 및 자산운용본부 부사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룹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특검팀은 삼성증권 실무자 3명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삼성증권은 그룹 금융계열사로 그룹 비자금 차명계좌를 실질적으로 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12월 검찰 수사 당시에도 차명계좌 운용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박민제/오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