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5시쯤 SH공사 홈페이지(www.i-sh.co.kr)에 '은평뉴타운 1지구 일반분양 아파트 재산검색 및 이중 당첨자 조회 결과'라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21일부터 진행될 아파트 계약을 앞두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무주택 기간이 잘못됐을 경우 당첨이 취소될 수 있으니 1600여명의 당첨자들이 개별적으로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공지와 함께 게재된 자료에는 엉뚱하게도 △당첨자와 세대원의 명단 및 생년월일 △주택 소유 현황 △과거 주택 취득과 양도 내역 △거래 시기 등 4000여건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여기에는 현재 당첨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 면적과 용도는 물론 언제 사고 팔았는지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이 같은 정보는 지난 18일 오후 5시부터 19일 오후 7시까지 하루 이상 인터넷에 고스란히 노출돼 누구라도 이 자료를 조회하거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자료가 범죄자 등 불순한 의도를 지닌 자들에게 넘어갔을 경우 당첨자들에게 유ㆍ무형의 피해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SH공사는 제대로 된 사과문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SH공사는 오히려 사건 직후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무주택 기간 산정이 잘못됐을 경우 당첨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당첨자들에게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려던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된 당첨자들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SH공사 측은 19일 오후 7시20분께 슬그머니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결국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21일 계약을 앞두고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자료를 뒤늦게 받아 급하게 올리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며 "앞으로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우편 등을 통해 조회자료를 개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첨자의 주소와 재산 내역 등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다.

SH공사는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답게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