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도 작년 4분기 중 기업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감세정책 등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가 함께 이뤄질 경우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는 17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중 98억3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이로써 메릴린치는 작년 3분기 22억4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연간으로도 77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이는 18년 만에 처음이다.메릴린치의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적자는 씨티그룹에 이은 것으로 서브프라임 파문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임을 반영하고 있다.

IMF는 이날 "미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모든 손실을 아직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현재 드러난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해 앞으로도 추가 손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를 골자로 한 경기 부양책을 신속하고 일시적으로 시행한다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그는 "효율적인 경기부양책이 금리인하정책과 함께 시행될 경우 소비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올 성장률은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며 고유가와 주가 하락 집값 하락 등이 소비심리를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점에서 공개시장위원회는 보다 유연하고 완화된 통화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 같은 발언은 오는 30일 열리는 FOMC나 그 이전에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금리인하폭에 대해선 시사하지 않았다.월가에서는 이날 발언으로 미뤄 FOMC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뉴욕증시는 당초 버냉키 의장이 0.5%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를 시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같은 언급이 없자 상승세를 타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버냉키 의장은 "올 경기하강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은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상황에 따라선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이 경기부양책에 찬성하고 나섬에 따라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더욱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현재 행정부는 감세를 골자로 10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