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넘도록 검토만 하고 있어요.위에서 무슨 결정을 내려줘야 일을 시작할텐데…."

"친구들로부터 괜찮느냐는 전화가 많이 와요.창피해 죽겠어요."

"죽어라고 일만 했는데,이게 무슨 꼴입니까?"

요즘 삼성맨들의 심경이다.답답함과 굴욕감,분노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검찰 수사에 이은 특검의 전방위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면서 삼성 임직원들 사이엔 국내 최고의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나 국가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사명감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반응은 직급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16일 오후 삼성 본관 주변에서 만난 입사 4년차의 삼성 계열사 직원은 "동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삼성에 다닌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이 직원은 "압수수색 이후 내부 분위기가 침체돼 업무에 지장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삼성전자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본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어제 친구들에게서 위로전화가 많이 걸려와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부.차장급 중간 관리자들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는 경우가 많았다.삼성 본관에서 일하는 한 차장은 "열심히 일만 했는데 한순간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니 미칠 지경"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그는 "특검수사로 윗선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요 사안 결정도 미뤄져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임원들도 답답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했다.한 임원은 "경영진 인사가 연기된 데다 주요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갑갑하다"며 "직원들의 동요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특검수사로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재계 관계자는 "특검수사로 삼성의 조직력에 흠집이 날 경우 특검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건호/김현예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