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면서 가치주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가치주펀드는 전통적으로 강세장에서 수익을 덜 내지만 약세장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이른바 '저위험 중간수익'이 가치주펀드의 모토다.그런 만큼 최근 힘을 잃어가는 증시에서 가치주펀드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실제 수익률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가치형 수익률 다시 선전

1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일반 주식형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에서 가치주펀드들이 대거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대부분의 가치주펀드가 한 달 수익률에서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의 '스몰뷰티주식',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주식',SH자산운용의 'Tops Value 주식',동양투신의 '중소형고배당주식',세이에셋의 '세이가치형주식',한국운용의 '부자아빠거꾸로주식',신영투신의 '마라톤주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치주펀드는 지난해 대형 성장주 위주의 강세장에서 연간 수익률에서는 상대적으로 순위가 뒤로 밀려났으나 연말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다시 앞으로 치고 나오는 중이다.

이채원 밸류자산운용 전무는 "향후 2년간은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시장 펀더멘털과 채권 대비 주식의 매력도를 보면 코스피지수 1800~1900선을 유지할 체력은 충분하다"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진다면 가치주펀드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더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이 가치주 저가 매수 시점"

가치주펀드 전망이 밝은 것은 무엇보다 편입 대상 가치주들의 주가가 많이 싸졌기 때문이다.이 전무는 "최근 외부 환경이 불투명해지니까 성장주뿐 아니라 가치주도 덩달아 빠져 싸보이는 주식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며 "시장 전체는 무시하더라도 차분하게 기업가치만 보고 투자한다면 향후 2년 안에 좋은 성과를 낼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투신 상무는 "미래 성장가치로 올라간 주식들의 특징은 주가가 빠질 때는 끝이 없을 정도로 추락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가치주는 저평가 영역에 들어서면 하방경직성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배당이 끝난 1월 초가 가치주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였다"며 "목표 수익률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만 낮춰잡는다면 좋아보이는 주식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도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보수적인 기준인 청산가치를 놓고 보더라도 현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심지어 50% 정도 낮게 거래되는 종목도 30여개에 달한다"며 "이런 종목은 시장이 아무리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더 빠질 염려는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그는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들어 종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사실 2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면 지금 당장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가치주펀드에 투자한다면 지금이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일부에선 성장주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주장도 있다.최민재 KTB자산운용 마켓스타주식 운용팀장은 "성장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는데도 최근 급락장에서 크게 빠진 대형주들은 반등장이 오면 가장 먼저 오를 것"이라며 "성장주펀드가 여전히 유망해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