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신용 위기를 겪고 있는 월가(미국 금융회사)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해외 자금 수혈에 적극 나서고 있다.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메릴린치,UBS 등이 지난해 이후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이미 270억달러를 넘는다.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축적한 중동 산유국과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이들 금융회사의 구원투수가 돼 관심을 끌고 있다.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80억~1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해외에서 추가 조달키로 계획하고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투자자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알 왈리드 왕자의 투자 규모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그는 현재 씨티 지분 3.97%를 보유하고 있어 5% 룰에 걸리지 않도록 5% 미만의 한도에서 씨티에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알 왈리드 왕자는 1999년 5억9000만달러를 씨티은행에 투자한 적이 있다.이에 앞서 씨티그룹은 작년 11월에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으로부터 75억달러를 조달키로 했었다.

중국 언론들도 13일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이 씨티그룹의 20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CDB의 이번 전환사채 매입은 신용경색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월가 금융회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중국 측으로서는 싼값에 월가 금융회사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씨티그룹 외에 다른 대형 금융사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자금 조달을 해왔다.유럽 투자은행인 UBS는 작년 12월 초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97억5000만달러를 조달키로 합의했다.모건스탠리는 작년 말 중국투자공사(CIC)로부터 50억달러를 차입했다.메릴린치는 작년 말 테마섹(Temasek)으로부터 44억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