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국제 금값이 온스당 900달러에 육박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금과 관련된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특히 슈퍼 리치들의 금 보유는 지난 3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보통 사람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는 이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기 때문이다.미국의 달러 약세와 생산이 정점에 이른 뒤 가격이 급등한다는 '골드 피크' 이론을 감안하면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금 보유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선진국 금융사들이 슈퍼 리치를 대상으로 금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을 팔고 사는 골드뱅킹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최근 들어서는 단순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보다는 금 스와프,금 선물 등 금관련 파생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대조가 되는 것은 미국의 슈퍼 리치들은 직접적인 금 보유보다 금관련 파생금융상품을 선호함에 따라 미국 금융사들도 이 업무를 중심으로 골드뱅킹이 이뤄지고 있다.반면 전통적으로 귀금속 세공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세공업자 등에게 금을 빌려주는 금대여 상품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아시아 지역에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과 중국 인도에서 금계좌와 금대여 상품을 중심으로 골드뱅킹이 비교적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과 맥을 같이한다.가까운 일본도 1980년 종합상사인 다나카 기킨조쿠 고교가 금적립플랜(GAP)이라는 상품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산와은행과 후지은행 등이 골드뱅킹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골드뱅킹을 도입한 시기가 늦었고 목적도 달랐다.정부가 그동안 밀수금 위주로 운영돼온 국내 금시장 구조를 탈피할 목적으로 국내 금융사들에 부수업무로 골드뱅킹을 허용한 시점이 2004년 7월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역사는 불과 4년이 안 될 정도로 일천하다.

다행히도 금값 상승과 기존의 투자수단이 주춤거리면서 우리도 슈퍼 리치를 중심으로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 때문에 골드뱅킹 업무에 주력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앞으로 금값이 계속 상승할 경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골드뱅킹 업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념해야 할 것은 다른 어떤 재테크 수단보다 변화가 심한 금값의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금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하고,위험관리 방안을 만들어 놓아야 우리도 선진국처럼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