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어닝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11일 우리투자증권 박정원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면서 4분기 어닝시즌과 관련해 미국발 악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브프라임 문제의 핵심에 있는 금융업종이 지난해 3분기 순익 감소를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도 69.4%의 추가 순익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분기 -25.7%를 기록했던 전체 시장의 순익 증가율이 4분기에도 -2.5%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와 10.5%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다만 금융업종의 실적 회복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의 체계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박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체계적 위험의 상승은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편중되지 않고 전체적인 주식의 하락 압력을 키울 것이란 의미"라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 등에서 이러한 체계적 위험 상승에 초점을 맞춰 미국 시장의 실적 발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어닝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미국 금융주와 소비 관련주들의 실적, 수출주들의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주들의 실적이 얼마나 더 나빠지는가에 따라 美 금융시장의 위기가 재부각될 수 있으며, 소비 관련주들의 실적 및 전망은 금융위기가 미국의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

이 증권사 윤자경 연구원은 "고용 시장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지만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면 미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수출주들의 실적은 이머징 마켓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변수로서 주목된다. 최근 듀폰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이머징 마켓의 수요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머징 마켓은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휘청대고 있는 선진국 시장을 버퍼링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이라는 점에서 미국 수출주들의 실적이 양호할 경우 이머징 마켓의 가능성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만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