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고달픈 모양이다.

잔술을 파는 술집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가 등장하는 걸 보면 그렇다.

오래 전 추억속의 풍경들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수출이 호황이고 국민소득이 어쩌고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선뜻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웰빙은 그저 한가한 사람들의 넋두리로 치부된다.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

한동안 돈을 버는 재테크에 온통 관심을 쏟더니, 요즘엔 돈을 안쓰는 '절약테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 쿠폰을 챙기는 건 기본이고,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삐삐족도 생겨났다.

심지어는 LCD모니터 등 전자제품도 손수 부품을 사다가 조립할 정도라고 한다.

'아낄 것은 아껴보자'는 자린고비들이 마른 수건도 짜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자린고비들이 뽑은 갖가지 아이디어가 인터넷상에서 인기다.

다소 황당한 제안들이 있긴 하지만,백화점 시식코너를 이용하라,전기코드를 빼놓아라,전시용품을 사라는 등의 알뜰 절약법이 그럴 듯하다.

절약은 꼭 생활이 넉넉지 못해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절약 없이는 누구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록펠러가 못 한 개,석유 한 방울을 아꼈다는 사실은 자주 인용되는 일화다.

지금도 수 많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고,단돈 몇달러짜리 식사를 하고,슈퍼마켓에서 양복을 사 입고,출장가서는 직원용 숙소를 이용하곤 한다.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이런 '짠돌이'들의 절약정신이 곧 '부(富)의 씨앗'이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버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낭비를 막는 일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까닭에 전투에 비유되기도 한다.

낭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낭비를 없앤다는 것은 새어 들어오는 물을 배에서 퍼내는 작업과 같아 한시도 손을 뗄 수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연초부터 물가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서민들의 어깨가 더욱 처지고 있다.

한 가지 해법이라면 자린고비의 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 아닐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