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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낡은 세제(稅制)외투 벗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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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환(金基桓) <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

    대선이 끝난 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떤 개혁을 추진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 시점에서 제대로 된 기업환경을 만들려면 세제(稅制)와 국세청에 대한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세제 기본 틀과 국세청은 모두 196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1966년 당시 사세청(司稅廳)을 재무부에서 독립시켜 지금의 국세청으로 만들 때,정부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조속한 산업화를 위해 세제와 세무행정체계를 어떻게 수립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산업화를 더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기반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종전 제조업 지원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제를 인적 자본 투자촉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세제는 교육비의 일부 세금공제를 제외하고는 이런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1960년대 세제를 정비할 때,우리경제는 지금에 비해 매우 폐쇄적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수출주도 경제발전을 위해 외자(外資) 도입의 중요성을 인식했었다.

    당시 외자는 가능한 한 차관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세제상 혜택도 차관을 권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오늘날 우리에는 차관보다는 외국인 직접투자,외국의 기술과 전문지식,그리고 외국인 전문가가 더 필요하고,선진기술과 지식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재가 해외로 나가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현행 세제는 이런 활동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무행정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2006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세무행정과 관련된 것이다.

    세무당국의 세제집행을 예측하기도 어렵고,당국과 분쟁이 생길 경우 세법해석에 차이가 크며,세무감사도 사업현장에서 너무 빈번하게 이뤄져 사업에 많은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세법이 복잡해 납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외국기업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인 및 법인 소득세 누진율이 높아 그간 납세자들이 합법적인 절세방법을 추구하게 됐고,그 결과 많은 공제 및 면세 조항이 도입돼 우리 세법의 복잡성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런 세법의 복잡성은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세무당국자들의 비리를 조장하는 원인이 된다.

    1966년 국세청이 발족할 당시,세무행정에서 정부가 가장 우선시한 것은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세입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우리 세무당국의 지상과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국세청 직원들이 이런 목적에 따라 세법을 운영하다 보니 납세자들과 세무당국 간에 빈번한 마찰이 생긴다.

    끝으로 우리 세제와 조세체계 상의 문제는 국세청의 위상과도 관련된다.

    역대 군사정권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정치적 통제수단으로 많이 사용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통제권은 재경부 손을 떠나 청와대로 옮겨갔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세무조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가운데 국세청에 대한 통제도 등한시했다.

    그러는 동안 국세청 내부의 오랜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최근엔 국세청장이 개입된 비리까지 터졌다.

    이와 같은 세제와 세무행정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세제혁신을 단행해야 하며,이를 위해 새 정부는 출범 직후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되는 대통령직속의 세제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의 과제는 경쟁력 있는 지식기반경제를 구축하고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세제와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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