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는 장미기름으로 목욕하고 온몸에 장미 향수를 뿌렸다.

양귀비는 향을 바르다 못해 환약으로 만들어 삼켰다.

마릴린 먼로는 맨몸에 향수만 뿌리고 잤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의 가죽을 벗겨 만든 향수 덕에 사형을 면하지만그 향기에 취한 사람들에게 잡아먹혔다(소설 '향수').

향수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게 끝도 한도 없다.

단 사실이든 허구든 얘기의 핵심은 같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향수를 썼다는 것이다.

일화에서 보듯 향수의 역사는 길지만 요즘같은 향수가 등장한 것은 14세기 중반이다.

증류 향수에 알코올을 섞은 게 시초였다.

16세기 초 이탈리아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향료 제조 아틀리에를 개설했고,1533년엔 파리에 첫 향수전문점이 생겨났다.

향수가 산업의 한 부문으로 발전한 것은 17세기부터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유달리 향수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피혁제품 생산지로 유명한 남프랑스 그라스지방에서 가죽의 냄새 제거를 위해 필요로 했던 까닭이다.

19세기 중엽엔 화학합성 향료가 개발됨으로써 향수의 대량생산 및 대중화가 이뤄졌다.

20세기 이후 향수는 화장품의 일종으로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다시피했다.

국내에서도 향수 사용자는 늘어만 간다.

그런데 실은 향수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게 우울증의 증상일지 모른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의대에서 연구한 결과 우울증이 심리적 장애는 물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켜 후각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향수를 일부러 들이붓는 게 아니라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코를 막을 정도로 듬뿍 뿌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최근 젊은 여성 회사원들이 가방 속에 커다란 향수병을 갖고 다니며 수시로 뿌리는 건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서 그렇다는데 그러다 후각이 마비되는 건 아닐까.

향수병에 손이 너무 자주 간다 싶으면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아볼 일이다.

직장도 건강해야 다닐 수 있을 테니.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