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에 청춘을 바쳐 정년 때까지 일하는 '일본식 샐러리맨'이 사라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일자)는 '사요나라(안녕),샐러리맨'이란 특집 기사에서 일본 경제의 초석이었던 회사와 샐러리맨의 가족주의적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회식과 접대 술자리로 새벽에 귀가하던 화이트 칼라의 전형이 이젠 과거의 인물이 됐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일본식 샐러리맨의 퇴조는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로 대표되는 일본 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임시직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1985년 85%에 달했던 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지난해엔 65%로 낮아졌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35%로 뛰었다.

이 같은 변화는 회사가 정년 퇴직 때까지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사원 주택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근로자들은 회사 일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가족과 개인의 행복이 희생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일본식 샐러리맨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린 것은 '잃어버린 10년'의 경제 불황기에 노동 유연성을 높여 외국 기업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또 기업 인수·합병(M&A)이 잦아지면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약속할 수 없게 된 것도 요인이다.

게다가 회사나 일보다는 개인의 삶과 가족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난 것도 일본식 샐러리맨 퇴장을 재촉했다.

비정규직 증가로 일본 노동시장에선 여성 취업률 상승,외국인 근로자 증가,은퇴 근로자의 재취업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 10년 동안 일본 근로자들의 명목 임금도 10% 정도 줄었다.

이와 관련,비정규직 증가는 일본 경제 회복세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정규직 증가가 일본 기업들에 유연성이란 무기를 가져다 줬지만 소득 감소로 소비 지출이 부진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젊은 근로자들 사이에 샐러리맨 시스템이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잿더미에서 경제를 일으키는 데는 유효했지만 이제는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샐러리맨의 퇴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