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戊子)년 금융계에선 유례없는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당장 '쩐(錢)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예금에서 증권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어떻게든 되돌려야 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대출)로 빚어진 국제자금시장 경색의 와중에서도 달러를 구해 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출이나 투자는 생각할 수도 없다.

은행들은 동시에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더군다나 터무니 없는 저금리에도 돈을 맡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이제 없다.

증권사를 사거나 세워서 돈이 빠져나가더라도 같은 금융그룹 테두리 내로 묶어야 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증권사 추가인수도 모색하고 있으며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예 30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해 증권사를 세우기로 했다.

예금이탈과 2009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은행과 증권사 간의 생존경쟁은 이제 보험사까지 가세한 삼각 무한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말 보험업법 개정을 바탕으로 지주회사 전환 및 합종연횡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지급결제 업무와 금산분리 완화가 이뤄지면 은행업으로의 본격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각 금융그룹들은 보험회사를 인수하고 투자은행(IB)부문을 강화함으로써 다가올 대전(大戰)에 대비하고 있다.

M&A(인수합병)시장은 금융회사의 또다른 격전지다.

차기 정부는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공론화하기 시작했으며 산업은행의 IB부문도 분리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민영화 방침이 세워진 기업은행도 올해부터 작업이 본격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국내 은행들은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맺은 외환은행 인수에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굴지 대기업의 매각에도 재무적 투자의 방식으로 은행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 간 전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들은 규제가 덜한 국가에선 현지은행을 아예 인수하고.규제가 센 국가에선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세움으로써 해외 영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8년엔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미국 내 또다른 교포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의 기업구조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삼고 계열 증권사 등과 함께 해외에서 IB업무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홍콩에 IB센터를 만들어 동아시아에서 핵심 IB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이 같은 해외진출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세계적 투자은행뿐 아니라 씨티 HSBC 등 글로벌 종합금융그룹과의 일전도 불가피하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은 "이 같은 생존경쟁을 거치고 나면 한국 금융회사의 수준이 한 단계 레벨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