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온렌딩(on-lending.轉貸)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은 중기정책에도 시장원리를 제대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정책이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에 활력을 공급하고 한계기업을 퇴출시키는 기능 수행에 실패했다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정책 전환의 배경이다.


◆그동안 어땠길래

중소기업계 스스로도 현행 중기지원 방식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해왔다.

무엇보다 정책자금이 적재적소에 정확히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기에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한계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는 등 불합리한 구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쪽이나,지원을 받는 쪽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정책 자금은 '눈먼 돈'일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하위 10%는 수익성이 매우 낮아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 데도 정책자금과 왜곡된 보증제도 등이 이들의 퇴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자금을 지원받건,받지 않건 중소기업의 성장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KDI 김현욱 연구위원)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떻게 바뀌나

차기 정부가 온렌딩 방식을 도입키로 한 것은 자금지원 결정을 시장에 맡겨 이런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대출 심사기능을 투자은행(IB)에 맡겨 철저한 상업적 판단을 토대로 중기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민간은행이 함께 책임을 지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지원된다"면서 "더 나아가 민간 은행의 IB 기능을 통해 대출이 아닌 직접투자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 있고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이 직접 지분투자를 하고 수익에 따른 성과를 중소기업과 함께 공유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산은 민영화가 핵심

이 당선인 측은 산업은행 IB 부문을 민영화시켜 마련되는 30조원가량으로 이 같은 중기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돈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은행에 배정되면 신BIS(바젤Ⅱ) 시행에 따라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 대출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수위 고위관계자는 "산업은행을 민영화시키겠다는 것도 결국 공기업 민영화,중소기업 육성,IB 육성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전략"이라며 "산업은행의 IB 분야가 민영화되면 중소기업 금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B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부 중소기업은 산업은행이 IB를 분리해 내고 남는 정책금융파트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