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함정에 빠진 F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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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미국 경제에 갈수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심은 이번 사태 해결 방법의 맥을 못 짚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극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불이야'라고 외칠 경우 어떻게 될까.
불필요한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일이 미국 경제에 일어나고 있다.
'불이야'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중심에 FRB가 서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FRB의 해법은 기본적으로 '가격은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FRB는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이 늘어 소비를 부추기고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작년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FRB가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FRB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FRB가 한 회사의 임원회의라고 가정해보자.이 회사는 자사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임원들은 수요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격 인하'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에 따라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들은 상품 구매를 미루고 기다릴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던 수요 증가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FRB도 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
FRB 임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다음 회의까지 금리 인하의 약효를 살폈다.
이 기간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널리 퍼졌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금리가 더 떨어질 때까지 대출과 소비를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오히려 경기 침체가 가중됐다.
이런 결과는 FRB 임원들을 실망시키고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금리 인하를 결정토록 이끄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악순환은 FRB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없다고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비로소 끝이 나게 된다.
그제서야 소비자들은 소비에 나서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소비와 경기 진작을 위해 단행하는 금리 인하 조치가 FRB 의도와는 정반대로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극장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처럼 참사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FRB의 금리 인하가 끝나야만 비로소 소비가 다시 늘고 미국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FRB는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의 골짜기로 추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H.C. 웨인라이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랜슨 소장이 'The Fed's Predicament'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미국 경제에 갈수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심은 이번 사태 해결 방법의 맥을 못 짚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인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극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불이야'라고 외칠 경우 어떻게 될까.
불필요한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일이 미국 경제에 일어나고 있다.
'불이야'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중심에 FRB가 서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FRB의 해법은 기본적으로 '가격은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FRB는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이 늘어 소비를 부추기고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작년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FRB가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FRB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FRB가 한 회사의 임원회의라고 가정해보자.이 회사는 자사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임원들은 수요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격 인하'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에 따라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들은 상품 구매를 미루고 기다릴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던 수요 증가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FRB도 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
FRB 임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다음 회의까지 금리 인하의 약효를 살폈다.
이 기간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널리 퍼졌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금리가 더 떨어질 때까지 대출과 소비를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오히려 경기 침체가 가중됐다.
이런 결과는 FRB 임원들을 실망시키고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금리 인하를 결정토록 이끄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악순환은 FRB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없다고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비로소 끝이 나게 된다.
그제서야 소비자들은 소비에 나서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소비와 경기 진작을 위해 단행하는 금리 인하 조치가 FRB 의도와는 정반대로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극장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처럼 참사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FRB의 금리 인하가 끝나야만 비로소 소비가 다시 늘고 미국 경제는 회복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FRB는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의 골짜기로 추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H.C. 웨인라이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랜슨 소장이 'The Fed's Predicament'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