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진공청소기를 내보내는 삼성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직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애를 먹고 있다.

칠레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006년 7월 발효된 이후 중국산이 칠레시장으로 몰려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한국은 중국보다 2년 앞서 칠레와 FTA를 발효시켰지만 한국산 진공청소기는 칠레에 들어갈 때 3.8%의 관세를 내야 하는 반면 중국산은 비과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ㆍ중국 간 FTA 발효 직전 한국 진공청소기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11.6%에 달했지만 지금은 3.1%까지 내려온 상태다.

중국 FTA 탓에 칠레 직수출에 비상이 걸린 현실은 글로벌경제를 쥐고 흔드는 '중국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중국은 2004년 홍콩 및 마카오와 FTA와 비슷한 긴밀한 경제무역관계협정(CEPA)을 발효시킨 것을 시작으로 FTA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칠레는 물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및 파키스탄과도 이미 FTA를 체결했고 협상이 진행 중인 곳만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6개 중동국가가 속한 걸프협력기구(GCC) 등 7개 지역 12개 국가에 이른다.

오는 4월엔 선진국으로선 처음으로 뉴질랜드와 FTA를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인도 노르웨이 등과는 협상 전단계인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함께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회원국 간 FTA도 추진 중이다.

중국이 FTA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남들이 하고 우리가 안 하면 원래 시장도 잃을 수 있다"(이샤오준 중국 상무부 부부장)는 절박함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FTA를 조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를 강화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여지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연구원은 "중국은 해외 시장은 물론 해외 자원 확보와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동시에 무역마찰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FTA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6년 하반기 전세계에서 제기된 반덤핑 제소 가운데 30%에 가까운 36건이 중국을 상대로 한 것으로 나타나 피소 2위인 인도(7건)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준의 반덤핑 제소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FTA를 현 지도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자국 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광시좡족자치구는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으나 FTA를 체결한 아세안과의 교역창구로 부상하면서 베이하이 등 3개 항구의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