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보정당이냐 xx들아." "당 혁신 웃기고 앉아 있네."

"이 놈의 당은 위아래도 없어." "(회의장을) 나가는 건 패권주의 아니냐."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의는 막판 당내 양대 계파인 자주파와 평등파 사이에 욕설과 삿대질이 오갔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12시간 마라톤회의의 결론이었다.

회의 중반까지만 해도 당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총선 공천권을 상당부분 위임하기로 결정하고 비대위원장을 제안받은 심상정 의원도 수용의사를 밝혀 돌파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토론과정에서 평등파 일부가 자주파의 종북(從北)주의 및 패권주의 청산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는 정회를 거듭했다.

평등파의 거듭된 요구에도 종북주의 청산 등이 중앙위의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면서 결국 평등파 중앙위원 42명이 퇴장하고 비대위 구성 등을 포함한 안건 전부가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문성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결의했다.

민노당은 천영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임시지도체제 가동에 들어간 뒤 내년 1월15일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로 갈지,조기에 새 지도부를 선출할지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이 극적인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분당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민노당의 이 같은 쇠락은 민의에 역행한 결과다.

탈이념은 이제 세계적 추세다.

BBK 의혹 등 여러가지 도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압승으로 끝난 17대 대선의 화두도 다름아닌 탈 이념과 실용노선이었다.

그럼에도 유독 민노당만 '과거유물'인 이념문제에 집착하고 있다.

불과 3년반 전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2.5%를 기록하면서 일약 원내 제3당으로 도약했던 민노당이 대선에서 3% 득표에 그치는 등 국민의 외면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자성은커녕 '그들만의 노선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게 민노당의 현주소다.

이대로라면 민노당은 물론 자주파와 평등파를 포함해 그들이 기치로 내건 '진보정치'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