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암살되면서 혼미를 거듭해온 파키스탄 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를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대담하게 총을 쏜 뒤 자살 테러를 감행한 것이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자의 전형적 수법이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의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인 무스타파 아부 알 야지드는 이탈리아 한 통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탈레반 소행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탈레반 사령관인 하지 오마르가 지난 10월 부토의 귀국 직전 테러를 공언한 바 있고 실제로 귀국 당일 폭탄 테러로 14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또 일부에선 이번 사건의 배후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배후가 누구든 이번 암살 사건은 비상사태 국면을 접고 총선을 향해 순항하는 듯하던 파키스탄 정국을 소용돌이에 빠뜨릴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총선과 함께 파키스탄의 민주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파키스탄 정국의 또 다른 축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부토 암살 직후 총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현 상황이라면 다른 군소정당들이 샤리프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 총선 연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파키스탄 전역이 '무법천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부토 암살 직후 그의 고향인 카라치 등지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