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에 강남 아줌마들의 분위기가 묘하다.

뭐라 그럴까,확 달아오르는 게 없다.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이 유력하던 대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수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큰 장(場)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특히 주식시장 분위기는 달아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냉랭하다.

시장이 이처럼 가라앉은 것은 불안한 국제 금융시장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한국 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는 양상은 다행스럽다는 분위기다.

과거 5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양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도 특히 감이 좋은 몇몇은 "이명박 당선자의 예측대로 내년에 주가지수가 30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낙관적인 주식시장 전망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큰 배경이 되고 있다.

친기업 성향이 농후한 당선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활기를 찾을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남 아줌마들은 국내외 변수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기금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연기금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서 큰 장이 펼쳐진 과거 미국의 사례를 볼 때 한국도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시장 분석은 투자 패턴에도 반영되고 있다.

물론 펀드 상품에 대한 자금 유입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게 특징적이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주식형 펀드도 웬만 하면 들고 한 해를 넘긴다.

'언젠가 다시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의 반영이다.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권 몇몇 지역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전반적으로는 안정돼 있다.

더구나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지금 당장 부동산 관련 제도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 같지도 않다.

또 많은 기대를 받고 출발한 노무현 정부가 민심을 잃은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점을 잘 아는 이 당선자가 시장 불안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 때문에 강남 아줌마들은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의 사업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예전처럼 시장이 활활 타오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남 아줌마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이명박 시대'의 부동산 시장은 동맥경화를 일으킨 것처럼 거래가 꽉 막힌 지금의 상황이 나아지면서 가격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서서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강남 아줌마들이 마치 본능처럼 부동산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고객들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2~3일 사이에 "한동안 관심을 끊었던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위해 현금을 좀 마련해 놓아야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고객이 4~5명 정도는 된다.

이 가운데 한 고객은 몇 개월 동안 눈여겨 봐온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온 수억원대의 예금을 단기예금 상품인 MMF와 MMT로 분산해 관리하고 있다.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덩치'가 작은 소규모 주택 시행을 직접 하기 위해 최근 토지 매입을 마치고 계약금을 치른 고객도 있다.

이 고객은 "강 팀장,1년만 기다려.내가 이번에 찾는 예금 두 배로 불려서 다시 넣어줄 게"라며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더라도 오르기는 오를 거야.그 양반이 도시계획 쪽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고 보면 되거든.더군다나 서울시장까지 했기 때문에 서울을 중심으로 놀고 있는 땅 같은 곳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주거 여건이 개선되면 주변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최근 PB센터를 찾은 한 고객이 들려준 얘기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참고해봄 직하지 않을까 한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