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송년행사가 열린 27일 지청 대회의실.'눈이 내리네'를 연주하는 은은한 색소폰 소리가 세모(歲暮)의 밤을 적셨다.

다름아닌 김제식 지청장(50)의 깜짝 연주였다.

직원들은 감동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청장은 사실 이날 연주가 있기 전 이미 음반까지 낸 프로급 색소폰 마니아다.

"나이가 들면 악기 하나쯤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기에 취미 삼아 도전했는데 음반까지 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김 지청장이 색소폰을 잡기 시작한 것은 올 3월 말 동부지청에 부임하면서부터다.

평소 색소폰 소리의 매력에 이끌려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재즈음악의 대가 최광철씨를 만나 배우기 시작했다.

출근 전,퇴근 후 1시간 정도 짬을 내 연습을 한 그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색소폰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너무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셔츠 단추를 잠그지 못할 정도로 손가락이 아파서 한방치료까지 받았다.

때로는 밤 늦은 시각 해운대 달맞이 해월정에서 색소폰에 수건을 넣고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덕분에 김 지청장은 색소폰 연주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최근 부산의 한 녹음실에서 마이웨이(My Way),존재의 이유,밤안개,선구자 등 14곡을 색소폰으로 직접 연주한 음악 CD를 만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한곳에 몰두하는 성격이 색소폰을 빨리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3년째 검찰에 몸담고 있는 김 지청장에게 올해는 뜻깊은 해였다.

전국 지방검찰청 기관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동부지청이 상반기 1위를 기록했고,주가조작 사건과 부산항운노조 비리수사,교통공사 간부 수뢰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