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운전기사 찰리가 마치 부자가 된 듯 행복해 하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돈을 아끼는 방법을 터득하고서다.

그는 술값으로 매주 50달러를 쓴다.

그렇다고 술집의 문턱을 아예 외면할 수는 없다.

친구를 만나야 하고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횟수는 줄이기로 했다.

여자들의 환심을 사고자 허튼 수작을 부리지만 않아도 일주일에 30달러는 절약할 수 있으니,연말이면 1500달러는 통장에 남길 수 있다.

공교롭게도 찰리의 술값은 우리 직장인들의 한 달 술값과 비슷하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 달 술값이 남성은 18만8000원,여성은 9만9000원으로 나타났는데,직장인들은 무엇보다 이 돈을 가장 아깝게 여긴다고 한다.

호기있게 보이려고 때로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지불하는 까닭에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술값을 내는 경우가 많아 더욱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한다.

술이란 묘한 것이어서 무턱대고 멀리 할 수도 없다.

취하면 악마로 돌변하지만 적당히 마시면 생활의 윤활유가 된다.

정담을 나누고,단합을 과시하고,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술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예가 허다해서다.

다만 술을 너무 좋아해 동료들과 벌이는 무리한 술판이 문제일 뿐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망년회다 동창회다 해서 술자리가 잦다.

이로 인해 건강을 해치기 일쑤고,말도 안되는 실수를 저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보다 무리한 술값 탓에 새해 벽두부터 곤란을 격기도 한다.

술 권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이 이런가 싶다.

술을 끊는 것이 현명한 생활일 수 있겠지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통 크게 쓰는 잘못된 습관을 바꿔야 한다.

흔히 말하길 "생활 속에서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챙기지 못하면 부자되기 힘들다"고 한다.

일년 후,비록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술값을 절약한 통장을 들고서 찰리처럼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