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文 輝 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이고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제화'이다(2007년 11월19일 다산칼럼 '국제화 대통령을 기다리며' 참조).국제화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관련 조직들이 분산돼 있어 국제화 전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우선 무역과 투자가 분리돼 있다.

무역은 통상교섭본부가 주된 역할을 하고,투자는 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이 담당한다.

투자의 경우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

투자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산자부와 한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해외로 나갈 때는 재경부와 수출입은행이 주로 관련돼 있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투자가 들어오는 경우인데도 산자부가 아닌 재경부 소관이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조직을 갖추어야 하는가?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우선 국제화에 앞선 국가들의 상황을 살펴보자.

국제화를 잘하고 있는 싱가포르,아일랜드 등은 수출보다는 국제투자유치 조직을 먼저 발전시켰다.

그후 해외투자촉진과 수출을 담당하는 새로운 조직을 설립했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은 수출을 촉진하는 JETRO를 설립했는데 그후 국제투자가 중요해짐에 따라 JETRO가 무역과 투자를 모두 담당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KOTRA는 일본의 JETRO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이들 경우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무역과 투자를 동시에 총괄하는 조직은 영국 무역투자부(UKTI)이다.

이 조직은 무역과 투자를 모두 중요시해 통합적인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기관이면서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해 매우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잘 연구하면 우리는 영국의 UKTI보다 더 훌륭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통합성,독립성,효율성이다.

첫째,통합성의 원칙에 따라 무역과 투자 기능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산자부,재경부,통상교섭본부,KOTRA 등의 무역과 투자기능을 총괄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독립성의 원칙에 따라 강력한 정부기관이어야 한다.

산자부 산하의 투자청과 같은 작은 조직보다는 '국제무역투자부(가칭)'와 같은 정부조직상의 부(部)에 해당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셋째,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정부조직이면서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화의 국가적 중요성을 이해하면서도 기업인보다 더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규제철폐가 대세다.

우리의 경쟁국들은 우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실제로 일류 기업일수록 규제만 없다면 얼마든지 알아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보다는 규제철폐를 선호한다.

규제철폐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조직이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이 무역과 투자조직이 분산돼 있고,담당부서의 권한이 미약하다면 다른 정부부처들과의 업무조율이 쉽지 않다.

현재 규제와 관련해 KOTRA의 고충처리팀이 관련기관에 개선을 요구하면 관련부처는 7일 이내에 회신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7일 이내 응답률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이 우리 정부의 국제화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관련조직들이 분산돼 있어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곳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제무역투자부'라는 강력한 조직을 만든다면 모든 관련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국제무역투자부 설립 자체가 우리의 국제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해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볼 것이다.

또한 다른 국가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게 돼 우리나라가 국제화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