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경영 환경이 결코 밝지 않다.

국내와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원화 절상으로 수익성 악화도 점쳐진다.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올해 초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시무식에서 한 말대로 현대차는 올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원ㆍ달러 환율하락과 엔저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역시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이런 대외 악재 탓에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중동,남미 등 신흥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함으로써 11월 말 현재 전체 해외시장에서 전년 대비 3.5%의 판매 신장을 기록했다.

일본의 도요타를 제외한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뒷걸음질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0년 만의 임금협상 무분규 타결도 한몫했다.

올해 노사 간 무분규 타결로 현대차의 '협상-결렬-파업-타결'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졌다.

최소 몇 천억원에 달하는 파업 손실을 방지한 것은 물론 '파업을 해야 얻어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선입견과 불신을 씻어내는 계기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레저형 차량(RV)과 대형차 등 고부가가치 모델을 확대해 수익성을 꾸준하게 개선했다.

고연비 차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비 효율이 높은 차량을 개발하는 데도 주력했다.

동시에 원가절감 노력을 한층 배가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최종 생산라인까지 신기술 개발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제통화도 다양화했다.

결제통화를 중장기적으로 달러 60%,유로 30%,기타 10% 등으로 구성키로 하고 달러 이외 통화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일찌감치 해외 현지생산 확대 등을 통해 근본적인 환위험 관리(헤징)에 나선 것도 원화절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내외 악재가 가장 많았던 올해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특유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