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역사소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훈씨의 '남한산성'이 4월에 출간된 뒤 6개월 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고,신경숙씨의 '리진',김탁환씨의 '리심''열하광인',김경욱씨의 '천년의 왕국',김별아씨의 '논개',이정명씨의 '바람의 화원' 등이 역사소설 바람을 일으키면서 문학독자층을 넓혔다.

최근에는 '삼한지'로 유명한 작가 김정산씨가 신라 화랑제도의 효시를 다룬 '위화'를 출간하면서 가속도를 붙였다.

지난해까지는 일본 작품들이 소설부문 베스트셀러를 휩쓸었으나 올 들어서는 국내 작가들의 역사소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소설도 뉴웨이브

최근 나온 역사소설들은 철저한 고증을 중심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기록 속의 한두 줄만을 갖고 상상력으로 작품을 풀어나간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진 인물보다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이나 사건을 다룬 점도 특징이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역사를 차용할 뿐 그 안에 담긴 주제는 현대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것 또한 예전과 구분된다.

'위화'는 '화랑세기'에 나온 위화를 다루지만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캐릭터를 재창조했으며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사에 쫓긴 인조와 신하들의 슬픔을 담아냈다.

김탁환씨의 '리심'과 신경숙씨의 '리진'은 한국에 왔던 프랑스 공사의 회고록 '한국에서'의 'Li-Tsin'이라는 인물에 관한 쪽 반짜리 기록에서 시작됐다.

리진이라는 여인이 프랑스인과 결혼해 바다 너머 파리까지 다녀오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천년의 왕국'은 '하멜표류기'의 네덜라드인에 관한 짧은 기록에 착안해 쓴 작품이다.


◆역사적 의미보다 이야기성에 주목

과거의 역사소설들은 사실 자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요즘의 역사소설들은 '이야기를 통한 주제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들 또한 선거,비자금 의혹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으면서 삶의 지혜를 역사 속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2004년 '다빈치코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역사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Fact+Fiction) 열풍이 분 뒤 작가와 출판사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 것도 역사소설 붐의 한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과거 소설가들은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현 시대를 통찰하는 것도 훨씬 어렵고 복잡해졌다"며 "그 사이에서 역사소설의 진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