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과 조성진, 계촌마을에서 선보인 특별한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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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이한 계촌클래식축제, 전설과 함께한 밤
자연 속에서 펼쳐진 쇼스타코비치의 향연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든 클래식의 향연
클래식의 새 물결, 계촌마을의 아름다운 변신
자연 속에서 펼쳐진 쇼스타코비치의 향연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든 클래식의 향연
클래식의 새 물결, 계촌마을의 아름다운 변신
한국 클래식계를 이끄는 젊은 음악가 김선욱과 조성진이 지난 2일 한 무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선후배던 두 사람은 이날 각각 지휘자와 협연자로 처음 만났다.
이날 조성진은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줬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조성진은 탁월한 테크닉과 안정적인 호흡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앙코르 곡으로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김선욱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듀엣으로 연주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은 서울의 대형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다. 강원 횡성군 둔내에서 차로 30분, 굽이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계촌마을의 야외 무대다. 인구 2000명도 채 안되는 이 작은 동네에서 둘은 그렇게 조우했다.
계촌마을에 클래식 축제가 열리는 건 올해로 10년째다. 축제 기간이 되면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비닐하우스와 공원은 공연장이 되고, 초등학교에는 연주자 대기실 문패가 붙는다. 농사짓던 마을 주민들과 부녀회 회원들은 축제 가이드가 되고, 푸드트럭 요리사가 되고, 주차 요원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계촌마을이 클래식과 인연은 맺게 된 것은 계촌초등학교가 학생 부족에 시달렸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교 코 앞으로 다가오자 학교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별빛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케스트라는 외지의 학생들을 하나둘 끌여들였고 폐교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줬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계촌마을에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2015년 계촌클래식축제가 시작됐다. 한예종 매년 졸업생들을 보내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다. 정몽구 재단, 한예종과 인연을 맺은지 10년만에 마을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마을 곳곳에 음악 조형물이 들어섰다.
조성진과의 협연 후 경기필은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들려줬다. 노을이 지는 가운데 브람스 2번을 완주한 김선욱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듯 다소 느릿하고 풍성하게 음악을 표현했다. 노래하는 부분은 충분히 음미하고, 몰아치거나 쭉쭉 흘러가지 않고 섬세하게 음악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야외공연인만큼 음향의 한계 때문에 그의 섬세함이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만, 축제 분위기를 달구기에는 충분했다.
이 공연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리했다. 정무성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강수진 재단 이사, 피아니스트 신수정 전 재단 이사장, 김대진 한예종 총장, 김봉렬 전 한예종 총장 등도 함께 공연을 즐겼다.
둘째 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이 모두 모여 무대를 빛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한예종 교수)과 정치용 지휘자가 한예종 학생들로 이루어진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계촌로망스파크에서 열리는 메인 무대 외에도 비닐하우스, 공원 등에서 오후부터 밤까지 무대가 이어졌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박소영, 기타리스트 장하은, 현악사중주 아벨콰르텟, 온드림 앙상블 등이 공연을 장식했다.
이와함께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프리렉처, 예술체험, 지역 주민이 함께 준비하는 거리 공연과 특산물 먹거리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현대차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올해 축제기간동안 1만4000여 명이 몰렸다"며 "확장된 프로그램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통해 클래식 마니아뿐 아니라 모든 관객이 즐기는 국내 대표 야외 클래식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이날 조성진은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줬다. 트럼펫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 조성진은 탁월한 테크닉과 안정적인 호흡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앙코르 곡으로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김선욱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듀엣으로 연주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은 서울의 대형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다. 강원 횡성군 둔내에서 차로 30분, 굽이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계촌마을의 야외 무대다. 인구 2000명도 채 안되는 이 작은 동네에서 둘은 그렇게 조우했다.
계촌마을에 클래식 축제가 열리는 건 올해로 10년째다. 축제 기간이 되면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비닐하우스와 공원은 공연장이 되고, 초등학교에는 연주자 대기실 문패가 붙는다. 농사짓던 마을 주민들과 부녀회 회원들은 축제 가이드가 되고, 푸드트럭 요리사가 되고, 주차 요원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계촌마을이 클래식과 인연은 맺게 된 것은 계촌초등학교가 학생 부족에 시달렸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교 코 앞으로 다가오자 학교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별빛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케스트라는 외지의 학생들을 하나둘 끌여들였고 폐교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줬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계촌마을에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2015년 계촌클래식축제가 시작됐다. 한예종 매년 졸업생들을 보내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다. 정몽구 재단, 한예종과 인연을 맺은지 10년만에 마을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마을 곳곳에 음악 조형물이 들어섰다.
풀벌레 새소리와 함께…조성진 협연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선욱과 조성진이었다.이날 새벽부터 입장 대기자가 나타난 건 물론이고, 공연 리허설때부터 구경을 하는 관광객들이 무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본 공연에서는 야외무대(로망스파크)에 마련된 6000여 석의 좌석이 가득찬 건 물론이고, 무대 앞과 양옆으로 돗자리를 펴고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 잔디밭이 가득찼다. 이는 좀처럼 보기힘든 지휘자 김선욱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 무대에 선 탓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67)는 “온 마을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고,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이번에는 엄청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라고 했다. 이날 계촌리에는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로 좁은 거리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중심가에는 피아노 버스킹 무대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공연 리허설, 연주로 라이브 음악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조성진과의 협연 후 경기필은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들려줬다. 노을이 지는 가운데 브람스 2번을 완주한 김선욱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듯 다소 느릿하고 풍성하게 음악을 표현했다. 노래하는 부분은 충분히 음미하고, 몰아치거나 쭉쭉 흘러가지 않고 섬세하게 음악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야외공연인만큼 음향의 한계 때문에 그의 섬세함이 100% 전달되기는 어려웠지만, 축제 분위기를 달구기에는 충분했다.
이 공연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리했다. 정무성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강수진 재단 이사, 피아니스트 신수정 전 재단 이사장, 김대진 한예종 총장, 김봉렬 전 한예종 총장 등도 함께 공연을 즐겼다.
하루종일 연주 이어져
올해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사흘간(5월31~6월2일) 열린 계촌클래식축제에는 국내 대표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축제 첫날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났다. 그는 계촌초 학생들로 구성된 계촌별빛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둘째 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이 모두 모여 무대를 빛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한예종 교수)과 정치용 지휘자가 한예종 학생들로 이루어진 크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줬다. 계촌로망스파크에서 열리는 메인 무대 외에도 비닐하우스, 공원 등에서 오후부터 밤까지 무대가 이어졌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박소영, 기타리스트 장하은, 현악사중주 아벨콰르텟, 온드림 앙상블 등이 공연을 장식했다.
이와함께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프리렉처, 예술체험, 지역 주민이 함께 준비하는 거리 공연과 특산물 먹거리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현대차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올해 축제기간동안 1만4000여 명이 몰렸다"며 "확장된 프로그램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통해 클래식 마니아뿐 아니라 모든 관객이 즐기는 국내 대표 야외 클래식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