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전 개발사업에 대해 이라크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계속할 경우 이라크는 한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4일 과천청사에서 산업자원부 및 외교통상부 관계자들과 이 지역에서 유전 개발을 추진 중인 민간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일단 외교적으로 이라크 중앙정부를 설득해나가기로 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중앙정부는 지난주 이라크 석유수출 국영기업인 소모를 통해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중앙정부의 허락 없이 사업을 지속할 경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며 "곧 이라크 정부가 이와 같은 수출 중단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뜻을 SK에너지 등 관련 기업에 전달했다.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GS홀딩스 삼천리 대성산업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지난 11월 이라크 중앙정부와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 측과 쿠르드 내 바지안 지역에서 유전을 탐사할 수 있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바지안 광구는 매장량이 5억배럴로 추정되는 곳으로 컨소시엄은 내년 1월 현지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탐사활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현재 이라크는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원유의 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원유시장 다변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1.73%에서 올해 5% 이상으로 그 비중을 높인 전략 지역이어서 만약 이라크가 원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지만 그동안 이라크 원조,자이툰 부대 파견 등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통로를 통해 접촉하기로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 갈등 때문에 벌어진 일인 만큼 시간이 지나야 결론이 날 것 같다"며 "정부와 민간이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투자된 자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단 바지안 지역의 유전 개발 사업은 계속 진행하는 동시에 이라크 중앙정부와 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재형/장창민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