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나는 여성이다'라는 자립심과 모든 남성에게 전부이고자 하는 애처로운 소녀의 욕망 사이에서 현대여성이 어떤 식으로 동요되고 있는지 깔끔하게 포착해냈다"

한 미국인 작가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이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들고 다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에 발표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끈 이 대중 소설은 칙릿(chick lit) 문학의 요소를 적절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여성해방 후기사회의 성역할 정체성이라는 현대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에는 `비로소 독립했으나 여전히 냉철하지 못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자들의 방'(마릴린 프렌치.1977년)은 전통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여성이 전통에 따라 결혼을 한 뒤 이혼하면서 여성과 아내, 어머니로서의 운명을 고통스럽게 깨닫는 과정을 그려 현대 여성운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시몬느 드 보봐르의 `제2의 성'(1949년)과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1929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1857년)을 거쳐 제인 오스틴의 `엠마'(1816년)까지.
데보러 G. 펠더가 쓴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부글 펴냄. 남인복.윤규상 옮김)은 현재부터 과거를 거슬러 중세에 이르는 시기에 여성이 썼거나 여성을 다룬 책 중 정치.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영향을 끼친 책 50권을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정치적 소용돌이와 혁명적 열기의 시대인 18세기, 프랑스와 미국, 영국에서 잉태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한 이념을 다룬 작품으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를 꼽았다.

또 노라가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인형의 집'의 문을 `쾅' 닫고 나간 1879년은 현대 연극이 시작된 순간이자, 현대의 성 혁명이 시작됨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으며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1970년)은 여성운동의 선언서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책 50권의 목록도 덧붙였다.

448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