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낙상ㆍ골다공증 예방하려면

며칠 전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빙판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김모 할머니(60)는 심하게 넘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찜질 몇 번 하고 파스만 붙이는 정도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통증이 너무 심해져 걷기조차 힘들어졌다.

병원을 찾았더니 엉덩이 관절이 골절된 것으로 진단됐다.

그러나 골절된 뼈를 다시 붙이는 치료가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찮아 몇 달째 침대 신세만 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한 명이 매년 낙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여성 노인은 60∼70대의 3분의 1, 80대의 3분의 2가량이 골다공증을 갖고 있어 살짝 부딪치거나 넘어져도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노인은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물기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거나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계단을 헛디디거나 해서 다칠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70세 이상 노인들은 고관절(엉덩이관절) 골절일 경우 2개월 내에 사망 확률이 거의 50%에 이른다는 보고다.

보행이 힘들어져 장기간 누워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해 폐렴 요로감염 욕창 근육손상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병세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골다공증학회가 전국 13개 병원에 입원한 골다공성 골절 환자 2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68%가 골절 발생 전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해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골절 사고는 골량을 늘리는 적절한 식사♥운동요법과 함께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예방할 수 있다.

약물요법은 그동안 칼슘 비타민D 여성호르몬제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약물 등 골흡수(소실)를 억제하는 약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앞으로는 골생성을 촉진하는 약물이 점차 널리 처방될 전망이다.

특히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은 파골(破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널리 쓰여왔으나 장기 투여할 경우 뼈의 무기질화가 과도하게 진행되어 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골절 위험이 오히려 상승하는 결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골생성을 촉진하는 약물로는 불소,부갑상선호르몬,스트론튬 등이 있다.

불소는 직접 골형성을 자극하지만 실질적인 골절률 감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떠오른 부갑상선 호르몬은 고용량에서는 파골세포에 의한 골 소실을 증가시키나,저용량을 간헐적으로 투여하면 조골세포에서 IGF-Ⅰ,Ⅱ와 같은 인슐린양성장인자의 생성이 늘어나 골형성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릴리가 올해 발매한 '포스테오'(테리파라타이드)가 대표적인 약으로 최근엔 남성 골다공증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았다.

스트론튬은 골흡수를 억제하는 작용과 골형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모두 갖춘 약으로 현재 개발이 한창이다.

민용기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성은 골격이 여성보다 커서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이 여성에 비해 10년가량 늦게 발병하고 골밀도를 측정하는 비율이 낮아 골다공증 발병률이 여성의 20∼25% 수준으로 보지만 실제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중증 골다공증에는 남녀 공히 부갑상선호르몬제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