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洪俊基) <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대통령 선거일이다.매주 수요일 글을 쓰다 보니 대선 날짜와 맞아떨어지는 행운을 얻게 됐다.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날,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선 레이스란 말처럼 많은 후보가 오늘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그리고 국민은 오늘의 선택을 위해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이들을 지켜봤다.민주주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민심이 곧 권력이고,권력은 생리상 나눠 가질 수 없다.애초부터 권력투쟁에서 선의의 경쟁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권력투쟁의 역사는 말해준다.아들처럼 여겼던 브루투스에게 죽임을 당한 카이사르부터,아버지에게 위협이 돼 뒤주에 갇힌 비운의 사도세자까지 배반,모략,암살 등 온갖 섬뜩한 말들이 권력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다.

하물며 국가 최고의 권력을 다투는 대선 레이스야 말할 나위가 있을까.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시시한 선거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이제 민심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날을 세웠던 시간이 끝났다.오늘은 손에 든 칼을 버리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아무 효능이 없는 약을 처방하면서 이 약만 먹으면 완쾌된다고 믿음을 주면 신기하게도 그 약을 먹은 환자의 병이 낫는다는 이론이 있다.이른바 '플라시보 효과'다.

오늘 당선된 대통령과 함께 '희망'이란 약을 먹자.내가 지지했던 후보일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다.

맘에 안 드는 대통령일 수도 있다.그러나 이제 우리의 대통령이다.대통령과 함께 더 잘 사는 나라,더 고르게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나와 내 이웃이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우리 자식들이 내년에 취직할 것이라는 약,조금 더 쉽게 집을 장만할 수 있으리라는 약,회사가 잘 돼서 월급이 오를 것이라는 약,부정부패가 발을 못 붙일 것이라는 약 등.새 대통령을 보면서 기대와 희망의 약을 삼켜보자.

선거는 치열하게 치러졌지만 국민은 새 대통령 뽑는 날을 잔칫날로 삼고 희망을 꿈꾸는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우리가 마음에 품고 있던 희망을 되새겨 힘차게 출발하는 날이다.

아울러 오늘 당선된 대통령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국민이 각자 처방한 희망의 약들을 고루고루 살펴주길 부탁한다.

내가 처방한 희망의 약은 내년에 우리 회사가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