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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슈 분석] 서곡 울리는 '러시아 新차르 시대' ‥ '푸틴 총리' 수렴청정 수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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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약한 후계자 내세워 … 권력투쟁 빌미 될수도

    친시장 경제정책 기대감 … 인플레 등 발등의 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5월 퇴임한 후 총리로 재등장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러시아의 미래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 부총리보다 '총리 푸틴'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그의 권력이 대통령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로마시대 2인 정치(duumvirate)'를 연상시키는 차기 정권의 구도가 푸틴이 이루어놓은 러시아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아니면 권력 싸움과 파벌 갈등의 빌미가 될지 주목된다.

    ◆기묘한 권력구조 변화

    푸틴이 '2인자'의 지위로 내려가지만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황제인 '차르' 못지않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대통령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묘한 권력구도의 변화다. 그런 푸틴에게 필요했던 인물이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메드베데프였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정치적 기반인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파다. 독자적인 세력이 약한 그를 대통령 후보로 밀고 지금처럼 의회를 장악하면 대통령 이상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사회조사기금'의 야코벤코 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총리 권한을 늘리기 위해 헌법 개정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가까운 장래에 권력의 중심이 대통령에서 총리로 옮겨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호세이대의 시모토마이 노부오 교수는 "푸틴이 총리에 취임하면 러시아 정치는 사실상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 형태로 변모해갈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여기서 총리 푸틴이 어디까지 자신의 권한을 넓힐지도 관심거리다.

    일단 국가안보나 치안기관에 대한 푸틴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법에 따르면 국방부 등 안보나 치안기관은 대통령 직할로 돼 있지만 푸틴이 총리가 되면 법규와 관계없이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옛 KGB 출신 등 강경파를 조정 내지 조율하는 역할도 푸틴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클리퍼드 가디 선임연구원은 "푸틴은 지금까지의 총리와는 완전히 다른 총리가 될 것"이라며 "일상적인 일은 행정부에 맡기고 자신은 원래 대통령의 임무인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략을 짜는 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내치(內治)는 푸틴이 맡고,외교는 메드베데프가 담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 제1야당인 공산당은 지난 15일 대선후보로 겐나디 주가노프 당수를 지명,내년 3월 대선에서 메드베데프와 한판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우호적인 러시아 여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2000년 이후 소련 붕괴의 혼란에서 빠르게 벗어나 고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들은 당장의 민주적 권력 교체보다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을 더 원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이 계속 리더로서 역할을 해도 괘념치 않겠다는 것이다.

    친여 정당까지 합쳐 뒤마(하원) 의석의 90%를 장악한 푸틴의 정치 세력과 관변 사회단체들은 "푸틴의 총리 취임으로 안정된 정치 노선이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식의 지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주브코프 총리도 메드베데프의 푸틴 총리 제안에 대해 "논리적"이라는 촌평을 내놓았다.

    푸틴에 대한 '용비어천가'는 러시아 엘리트들에게서도 나온다.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가 자칫 '제 2의 호도르코프스키'(옐친을 지지한 유코스 사장)가 돼 시베리아 감옥행이 되지 않을지 두려워해서다.

    ◆이중권력의 갈등 가능성

    그렇다고는 해도 갈등 요소가 잠복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메드베데프 차기 대통령이 만약 힘을 기르게 되면,다시 말해 독자 색깔을 강화할 경우 푸틴과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이중(二重) 권력'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연합을 '괴상한 2인 정치(awkward duumvirate)'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 간 갈등이 생겨나면 '두 명의 차르'가 싸우는 꼴이 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권력 투쟁이 벌어진다면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안정은 요원한 얘기가 된다.

    그러나 푸틴의 '정치적 양자'로 불리는 메드베데프가 아무런 권력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이란 지위만으로 푸틴에게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벌 싸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나 권력 분산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과 수직관계의 강권 통치에 익숙해 있는 실로비키(옛 KGB 등 보안기관 출신의 강경파 정치세력) 간 파벌 싸움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

    메드베데프는 자유주의 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정치 애널리스트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메드베데프가 강경파 실로비키로부터 정치적 노선에 대한 차이로 상당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에 달린 러시아 경제

    메드베데프는 과거 석유 거대 기업 유코스의 해체와 재국유화를 주장해온 강경파 정책과 달리 온건한 방법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 메드베데프 정부가 구성되면 러시아가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로 조금씩 변모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풀고 중앙집권화된 사회체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친서방,친시장적 정책을 도입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메드베데프 본인도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가 창안한 '군주 민주주의(Sovereign Democracy)'란 슬로건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군주 민주주의는 러시아가 외부 압력 없이 자신만의 고유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메드베데프는 이에 대해 민주주의는 이런 저런 수식어를 붙여야 할 개념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한편에선 푸틴이 실권을 계속 잡는다면 러시아는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견해도 있다.

    또 메드베데프의 인터뷰나 연설을 살펴보면 푸틴의 관점과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디 선임연구원은 "메드베데프는 철저하게 푸틴이 키운 인물"이라며 "경제운용과 외교정책도 똑같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는 "메드베데프는 자유주의자라기보다 민간 출신이란 점이 중요하다"며 실로비키가 아니라는 정도의 의미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푸틴 총리' 정권은 경제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푸틴 정권은 유가 상승과 달러 하락의 순풍을 받아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도 빠른 속도로 오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가에 의존해온 러시아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오일의 저주'가 시작될 수 있다는 극단적 표현을 썼다.

    차기 정권은 또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나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운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인플레이션율은 8%를 넘고 금융시스템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러시아 기업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고 생산성 증가에 비해 루블화 가치 상승세가 더 빠르다.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두 사람의 어깨에 놓여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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