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10년전 문경새재에 홀려 나의 '글쟁이 인생' 시작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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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방문한 영문잡지 'Seoul(서울)'의 인사동 사무실.잡지사 답지 않은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바로 전날까지 기사 마감으로 한 차례 폭풍이 일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여유로운 한복차림의 로버트 콜러 편집장(미국ㆍ34)이 반갑게 맞았다.
한국말이 유창하다.
"마감 끝났으니 한숨 돌리냐고요? 다음 호에 소개할 여행지 물색하느라 고민인 걸요.
편집장이 바빠야할 때는 오히려 마감 직후입니다."
창간 4년째인 월간지 '서울'은 주한외국인을 위한 문화전문지다.
콜러씨를 포함한 상주 취재기자는 3명이며,10여명의 외부 필진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여행 명소,즐길거리에 대해 늘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낸다.
콜러씨가 편집에 참여한 것은 2년째.한국 생활 10년의 베테랑이자 소문난 '여행광'인 그에게는 딱 맞는 일이었다.
"울릉도는 가봤는데 제주도는 한 번도 안 갔어요.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이 찍히지 않은 곳이 좋습니다."
여행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물었더니 경북 안동의 봉정사를 꼽았다.
콜러 편집장은 1997년 한국에 처음 와서 문경시에서 살았다.
가까운 봉정사에 처음 갔을 때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뉴욕주 출신으로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그가 한국의 자연과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조지타운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대학 3학년 때 탄자니아 유학을 다녀왔던 그는 졸업 후 평화봉사단에 가입해 다시 아프리카로 갈 생각이었다.
"아프리카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죠. 지금까지의 인생이 뭐였나 되돌아보게 되죠."
문제는 아프리카행 봉사단 인원이 꽉 차서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 그때 머리를 스친 곳이 한국이었다.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한국은 당시 아프리카 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1년간 한국 사회를 경험한 후 아프리카로 가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명문대 출신으로서 출세에 뜻을 둘 수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문경에서 영어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당초 계획과는 달리 한국에 눌러앉았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서 살았다면 예정대로 1년 뒤에 돌아갔을 겁니다."
광주에서 대학 강사 자리를 거쳐 서울로 온 것이 5년 전.한 신문사 외신팀에서 번역가로 근무하다가 잡지 편집에 나선 것은 한국인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자칭 '보잘것 없는 글쟁이'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죠. 한국 특유의 문화인 네티즌 댓글을 특히 유심히 봅니다."
국내 뉴스 중 중요한 것은 자신의 블로그에 영문으로 번역해 올린다.
직접 찍은 여행 사진과 일기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무자격 영어 강사 등 문제가 된 주한 외국인 소식은 별도 코너에서 연재하는데 신랄한 풍자와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외국인들에게 그의 블로그(www.rjkoehler.com)는 한국을 바라보는 소중한 통로다.
하루 2500명이 방문하는 유명 사이트가 됐지만 콜러 편집장은 '그저 재미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영문잡지 편집도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필자들을 관리해야 한다.
이미지와 기사를 고르는 감각도 예리해야 한다.
마감 일주일 전부터는 주말 근무와 야근도 밥먹 듯 한다.
시골 생활의 여유로움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보람으로 이겨냈다.
"이제 한국 사람 다 됐습니다.
4년 전 결혼한 아내는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막상 저는 적응을 못 할 것 같아요."
된장국 같은 한국 음식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제일 좋아하는 것은 보신탕'이라며 한술 더 떴다.
아내는 기겁하지만 동동주와 먹는 그 맛이 최고란다.
은퇴하면 안동에서 살고 싶다는 그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농사 외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는 그다.
전공을 살려 묵직한 시사잡지를 만들 생각은 없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쳤다.
"정치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다루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요.
이제는 비판적인 기사보다 따뜻한 글이 좋습니다.
'서울'이라는 잡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콜러씨는 이번 주말엔 모처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겨울 여행은 동해가 최고입니다.
정동진과 포항,영덕,울진 모두 오랜만에 가고 싶은 곳들이죠.눈 내린 산하를 기차 타고 오가다보면 여러 감회에 젖게 됩니다."
여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호텔이 아닌 여관이나 작은 모텔에서 묵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의 특별한 겨울 여행기를 잡지에서 읽을 날이 기다려진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바로 전날까지 기사 마감으로 한 차례 폭풍이 일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여유로운 한복차림의 로버트 콜러 편집장(미국ㆍ34)이 반갑게 맞았다.
한국말이 유창하다.
"마감 끝났으니 한숨 돌리냐고요? 다음 호에 소개할 여행지 물색하느라 고민인 걸요.
편집장이 바빠야할 때는 오히려 마감 직후입니다."
창간 4년째인 월간지 '서울'은 주한외국인을 위한 문화전문지다.
콜러씨를 포함한 상주 취재기자는 3명이며,10여명의 외부 필진이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여행 명소,즐길거리에 대해 늘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낸다.
콜러씨가 편집에 참여한 것은 2년째.한국 생활 10년의 베테랑이자 소문난 '여행광'인 그에게는 딱 맞는 일이었다.
"울릉도는 가봤는데 제주도는 한 번도 안 갔어요.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이 찍히지 않은 곳이 좋습니다."
여행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물었더니 경북 안동의 봉정사를 꼽았다.
콜러 편집장은 1997년 한국에 처음 와서 문경시에서 살았다.
가까운 봉정사에 처음 갔을 때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뉴욕주 출신으로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그가 한국의 자연과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조지타운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대학 3학년 때 탄자니아 유학을 다녀왔던 그는 졸업 후 평화봉사단에 가입해 다시 아프리카로 갈 생각이었다.
"아프리카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죠. 지금까지의 인생이 뭐였나 되돌아보게 되죠."
문제는 아프리카행 봉사단 인원이 꽉 차서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 그때 머리를 스친 곳이 한국이었다.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한국은 당시 아프리카 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1년간 한국 사회를 경험한 후 아프리카로 가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명문대 출신으로서 출세에 뜻을 둘 수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문경에서 영어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당초 계획과는 달리 한국에 눌러앉았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서 살았다면 예정대로 1년 뒤에 돌아갔을 겁니다."
광주에서 대학 강사 자리를 거쳐 서울로 온 것이 5년 전.한 신문사 외신팀에서 번역가로 근무하다가 잡지 편집에 나선 것은 한국인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자칭 '보잘것 없는 글쟁이'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죠. 한국 특유의 문화인 네티즌 댓글을 특히 유심히 봅니다."
국내 뉴스 중 중요한 것은 자신의 블로그에 영문으로 번역해 올린다.
직접 찍은 여행 사진과 일기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무자격 영어 강사 등 문제가 된 주한 외국인 소식은 별도 코너에서 연재하는데 신랄한 풍자와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외국인들에게 그의 블로그(www.rjkoehler.com)는 한국을 바라보는 소중한 통로다.
하루 2500명이 방문하는 유명 사이트가 됐지만 콜러 편집장은 '그저 재미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영문잡지 편집도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필자들을 관리해야 한다.
이미지와 기사를 고르는 감각도 예리해야 한다.
마감 일주일 전부터는 주말 근무와 야근도 밥먹 듯 한다.
시골 생활의 여유로움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보람으로 이겨냈다.
"이제 한국 사람 다 됐습니다.
4년 전 결혼한 아내는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막상 저는 적응을 못 할 것 같아요."
된장국 같은 한국 음식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제일 좋아하는 것은 보신탕'이라며 한술 더 떴다.
아내는 기겁하지만 동동주와 먹는 그 맛이 최고란다.
은퇴하면 안동에서 살고 싶다는 그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농사 외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는 그다.
전공을 살려 묵직한 시사잡지를 만들 생각은 없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쳤다.
"정치외교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다루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요.
이제는 비판적인 기사보다 따뜻한 글이 좋습니다.
'서울'이라는 잡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콜러씨는 이번 주말엔 모처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겨울 여행은 동해가 최고입니다.
정동진과 포항,영덕,울진 모두 오랜만에 가고 싶은 곳들이죠.눈 내린 산하를 기차 타고 오가다보면 여러 감회에 젖게 됩니다."
여행의 참맛을 느끼려면 호텔이 아닌 여관이나 작은 모텔에서 묵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의 특별한 겨울 여행기를 잡지에서 읽을 날이 기다려진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